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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현장에서] 선거 앞두고 참관한 '삼권분립' 수업 현장

오늘은 5학년 교실에 들어가서 교생실습생의 수업을 참관하고 평가하는 날이다. 수업 주제는 사회 과목 중 하나인 '삼권분립'이다. 학교에 오기 전에 우선 학습 교안의 목표와 학생에게 맞는 교재를 준비했는지 점검하였다. 삼권분립이면 내 나름대로 에피소드가 있는 과목이라 어떤 수업으로 진행될까 궁금해 하며 학교로 향했다.

5학년 교실은 한국어 이중언어 프로그램(Korean Dual Language Program)으로 운영되고 있다. KDLP는 정규 공립학교에서 모든 과목을 이중언어로 수업을 받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타인종과 한인 학생들이 섞여서 한국어와 영어로 각각 3시간씩 수업을 듣는다. 파란 눈, 갈색 머리의 아이들이 한인 학생들과 앉아서 한국어로 삼권분립을 배운다니 신기함과 기대감이 컸다.

이 교생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3부로 분리된 정부구조를 각 분야별로 칠판에 써 놓은 다음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쉬운 내용을 자료와 함께 한국어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행정부는 정부로써 나라의 살림을 통해 사회의 질서유지와 국민을 보호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부처이다, 마치 학교의 행정실 같은 기관이다. 사법부는 각급 법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분쟁이 있을 때 법적 질서를 위하여 법을 적용시키는 기관이고 입법부는 국회로써 국민을 보호하면서 국가 운영에 필요한 법률을 제정하는 기관입니다." 교생은 학생들에게 각 기관의 역할을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하였다.



이어서 행정부의 수장은 대통령이며 학생들이 지도력 있는 반장을 뽑는 것 같은 이치로 통치력 있는 대통령을 뽑는 것은 중요하다고 했다. 사법부는 예를 들어 학생들 간에 싸움이 일어났을 때 잘잘못을 시정하여 합법적인가를 판단하는 것과 같다는 예를 들었다. 입법부에서는 정부로 말할 것 같으면 의회의 국회 대표이며 동시에 필요한 새 법을 제정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듯하게 앉아서 귀를 기울이는 학생들은 한국어에 능통한 모양 고개를 끄떡이고 이해했다는 표시를 했다. 교생이 설명을 마치자 학생들은 두 명씩 짝이 되어 서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예문을 공부했다.

교실에서 심사하는 동안 30여 년 전 나의 교생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하여 교사 자격증을 수료했을 때였다. 고학년 교생 실습을 할 차례였는데 오늘처럼 5학년 반에서 삼권분립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 당시 한쪽 교실 코너에는 돋보기 안경을 쓴 5학년 주임 여교사가 안경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지켜보고 있었고 또 다른 코너에는 대학에서 나온 코디네이터가 앉아서 내 수업을 평가하고 있었다.

삼권분립에 대한 학습을 가르치려 학생들 앞에 섰는데 너무 어렵고 긴장감에 떨려 실습을 끝내지 못했다. 이튿날 집에 오기 전 도서실 책상에 앉아 책과 교재물을 쫙 펴 놓고 열심히 읽고 또 읽고, 어떤 것은 암기하면서 내용을 익혔다. 두 번째 반복한 실습에서 드디어 통과되어 기뻤던 기억이 난다. 결국, 주임 교사가 교장에게 추천하여 그 학교에 비로소 정식교사로 취직이 되었다.

이날 삼권분립의 원칙을 배운 학생들은 성인이 되어서 정부의 3부처가 상호 협력하여 법을 준수하며 국가를 통치하면 공정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로 발전한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이런 민주주의의 원칙을 이중언어로 배운 학생들이 더욱 이해심 있는 준비된 시민으로 성장하리라. 무엇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며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미래의 지도자가 되어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올바른 삼권분립을 지키고 국민이 보호받는 정세와 질서를 유지하는 나라로 이끌어주는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학교를 떠났다.


정정숙 이사 / 한국어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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