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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화는 사람 냄새 물씬한 신파

조지타운대 교수·화가 문범강
2010년부터 9차례 평양 다녀와
폐쇄 체제서 자란 북한 미술 조명

동부에서 활동하는 화가 문범강(64)씨는 북한 미술 전문가다. 자신이 세운 호칭규정에 따르면 그는 '공화국'의 조선화(朝鮮畵) 연구에 미친 사람이다. 워싱턴 조지타운대 미술과 종신교수이지만 2010년부터 자기 작업은 버려두고 아홉 차례 평양을 드나들며 연구에 몰두했다.

14일 출간한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서울셀렉션)는 그가 '진보도 보수도 아닌 예술가'로서 지켜본 북의 미술 현장이자 한반도 역사 프로젝트의 서막이다.

"위기와 갈등의 긴장 상황 와중에서도 문화는 논해져야 한다는 신념으로 책을 쓰고 편집했습니다. 평양미술의 심장인 조선화는 사람 냄새 물씬한 기막힌 신파입니다. 조선화는 북이 '세계 최고'라 자랑할 만한 독창성과 깊이가 있어요. 그런 독보적 위상에 올라설 수 있게 된 토양을 저는 폐쇄적 체제와 멈춰진 시간에서 오로지 한 구멍을 뚫고 내려간 우리식 자긍의 사실성이라 풉니다."

문 교수는 평양의 만수대.백호.삼지연 창작사에서 주요 작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작품을 수집했다. 국가미술전람회장과 조선미술박물관을 찾아 그림을 보고 인민대학습당에서 자료를 열람했다. 미지의 공간에 대한 감정의 기복이 컸지만 중국과 옛 소련을 뛰어넘는 독자적인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의 힘에 매료되면서 이를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을 지니게 됐다.



"2016년 워싱턴 아메리칸대학 미술관에서 연 '조선 미술 전시'가 미국 언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자신감을 얻었죠. 올 9월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일 '북한미술: 사실주의의 패러독스'는 그때 소개한 주제화와 집체화를 집중해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겁니다. 주제화는 사회주의 체제 속에 펼쳐지는 모든 인간 활동의 포착이고, 집체화는 1인 이상 작가가 모여 한 작품을 완성하는 다작가 일작품(多作家 一作品) 형태를 말하죠. 이제 예술에서 이념을 좀 수용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면서 동양화의 특이한 양상을 공개하려 합니다."

문 교수는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출신답게 공화국 미술 일꾼들을 인터뷰한 사실적 자료에 기초해 동아시아 미술 전반을 헤집는 비판적 시각으로 책을 구성했다.

중국의 치바이스(1860~1957)를 능가하는 이석호(1904~1971)의 선비화와 담채화, '조선력대미술가편람'을 쓴 미술사학자 운봉 리재현의 문인화 발굴 등 "감성의 눈을 가진 자만이 이 책을 독파할 영광을 누릴 것"이란 저자의 한마디에 값한다.

"평양 여행과 저술 과정에서 한반도에 태어난 자부심을 느끼며 운명에 감사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열악한 환경의 공화국이 미술품 보존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는 겁니다. 한반도 전체의 유산이란 측면에서 우리도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문 교수는 15일 오후 4시 서울 삼청로 대한출판문화회관 4층 강당에서 '조선화, 컬렉션 대상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독자와 대화한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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