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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주민들에 25년간 ‘인술’ 펼쳤다

김유근 박사, 무료진료소 운영하며
저소득층 주민들에 의료 혜택 제공
14일 진료소 25주년 기념 모금행사

“벌써 25년이 흘렀네요. 시간이 참 빠릅니다. 그렇게 빨리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테네시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김유근 박사(영어명 톰 김, 73)는 의료보험이 없는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무료진료 혜택을 제공해온 지난 25년의 세월을 “잘 살았다”는 한마디에 담았다.

김 박사는 1993년 테네시주 낙스빌에서 무료진료소(Free Medical Clinic of America)를 열고,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해 ‘인술’(사람을 살리는 어진 의술이라는 뜻)을 베풀었다. 그동안 수 만여명의 주민들이 이 진료소를 출입했다. 그는 1981년 낙스빌에 정착, 12년간 개업의로 일했다. 일과 후 서너 시간씩 무료로 진료를 하다 200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무료진료에만 전념했다. 무료진료를 위한 재정은 정부와 교회 등의 후원, 골프대회 기금모금, 그리고 진료를 무료로 받은 환자들이 남기고 간 1달러나 페니 등이 전부였다.

김 박사는 5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람으로 태어나서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사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람으로 살면서 항상 무엇을 남기면서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게 된다”며 “우리의 후손들이 다른 것들에 정신이 팔리지 않고 가치있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어린 시절부터 이런 생각을 심어줘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개원 첫날의 기억은 또렸하다. 김 박사는 “4명이 다녀갔는데 3명은 고혈압,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이었고, 1명이 암이었다.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미국에는 여전히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이 많고,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도 너무 비싸서 감당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와 했다.

긴 세월을 무료진료에 힘써 온 이유에 대해 그는 “내가 누린 기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북 출신인 그는 장로교회 목회자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다. 작고한 부친은 평양의전 출신 의사로, 김일성의대 외과과장이었던 장기려 박사와 함께 김일성을 치료해준 적도 있다. 공산체제가 싫어 해방 직후 기차 지붕 위에 올라타고 월남했다가 1961년 도미했다. 한국에서 의료선교를 하고 싶어 연세대학 의대에 갔다가 다시 오하이오대학과 테네시대학에서 레지던트와 전문의 과정을 마쳤다.

그는 “지금 숨쉬고 있는 모든 이유가 다 은혜였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사하며 살고 싶었고, 어린 시절 미군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노고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대해 “너무 기쁘다. 꼭 회담이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고 염원했다.

무료진료소는 7개에서 4개로, 25명에 달했던 자원봉사 의사들의 숫자도 6명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박사는 미국의 현재 의료시스템에서는 이 일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언젠가 (내가) 일을 할 수 없을 때 누군가 이 일을 이어가야 한다. 건강이 되는 한 계속할 것이고, 자원해서 이 일을 감당할 인물들도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김 박사는 미국 땅에 사는 한인들에 대해서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미국 사회에 작게나마 기여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마음이 필요하다”면서 “매일 한 가지씩 선한 일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면 더욱 아름다운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 박사는 6월 14일 낙스빌 다운타운에 있는 크라운 플라자 호텔에서 25주년 기념 행사와 함께 기금 모금 행사를 개최한다.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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