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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가족' 손가락질 서러웠어요"

황상호 기자의 NGO 현장
입양가족 찾는 '325KAMRA'
혼혈아픔 담은 수필집 출판
39명 인생 설움·기쁨 담아

"잠시만요, 눈물이 나서 멈추지가 않네요. 왜 이럴까요…."

하늘거리는 노란색 원피스에 레몬 빛 머리 염색을 한 흑인 여성이 청중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여성은 자신이 쓴 글을 읽으려다 멈춘다. 샘 솟는 눈물이 말을 끊는다. 함께 자리한 혼혈인 가족 60여 명은 손을 모아쥐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지난 14일 무료 DNA 검사로 입양인 가족을 찾아주는 비영리단체 '325KAMRA'가 LA한인타운 피오피코 도서관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책 제목은 '혼혈 한국인:우리의 이야기들(MIXED KOREAN:OUR STORIES)'다. 혼혈 한인으로 태어나서 자라고 입양되면서 겪었던 아픔과 기쁨, 원망들을 글로 썼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패션디자이너, 대학교수, 기자, 작가 등 39명이 글을 실었다. 문학상이나 주류신문에 기고한 경험이 있는 전문 작가들도 참여했다. 혼혈 가수인 인순이의 딸 재스민 박도 글을 썼다.

여성은 입술을 깨물었다. "저는 65년도 한국에서 태어났어요. 엄마 한 명에 6명의 서로 다른 아버지가 있었죠.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 굉장히 어려운 일들을 견뎌내야만 했어요."

그녀의 한국 이름은 미경(Meekyung)이다. 지금은 줄여 미키(Meeky)라 쓴다.

그녀의 어머니는 한국인 차남과 결혼해 임신 중에 시어머니에 의해 강제로 쫓겨났다. 그해 12월 한겨울 추위에 떨고 있던 어머니는 백인 군인의 도움으로 보금자리를 얻게 됐다. 백인 혼혈 아이를 낳았지만 집안의 반대로 곧 헤어졌고 그 뒤 흑인, 일본인 등을 만나 모두 6명의 아이를 낳았다.

미경씨는 "사람들은 우리보고 '무지개 가족(Rainbow Family)'이라 놀렸어요. 잔인하죠. 마치 뭔가 나쁜 일을 한 것처럼 우리를 계속 놀렸죠"라고 털어놓았다.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첫째 오빠는 술만 먹으면 난폭해졌다. 동생들은 큰 오빠의 구타에 못 이겨 야밤에 산에 올라가 군인들이 파 놓은 참호 속에서 숨어 지냈다.

"어두운 밤 산 속도 무서웠지만 집에 가면 나를 보호해줄 사람이 없다는 게 더 두려웠어요."

어머니가 심장병 등으로 숨지자 미경씨는 입양을 위해 고아원으로 갔다. 하지만 두 얼굴의 원장은 자기 사무실에서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 종종 더 심각한 상황까지 갔다.

"그때 이후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긴 것 같아요. 최근에 강아지 한 마리가 죽었는데 눈물이 멈추지가 않는 거예요. 그 원인을 찾다보니 나의 어두웠던 과거를 다시 만나게 됐죠."

유쾌한 이야기도 있다. 프리랜서 작가인 백인 혼혈 폴 리 캐넌은 50년대 초 미군이었던 아버지와 군부대서 일하던 한인 어머니가 만나 결혼해 골인한 '러브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순혈주의가 있는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미군부대에도 군인과 타인종과 만남을 마뜩잖아했다고 한다. 당시 대령은 타인종과 만나면 군법 회의에 넘기겠다고 날선 경고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버지는 이를 어기고 몰래 연애해 결혼에 성공했다.

책은 325KAMRA가 입양인 가족을 찾아주는 사업의 일환으로 3년 전 기획해 글 쓴 지 2년 만에 출간됐다. 한국어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티아 레고스키는 "입양인들은 가족을 찾고 싶어하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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