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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내 우편 배달보다 중국서 오는 우편물이 더 싼 이유는?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0 14:02

삼성휴대폰 충전기 英 소매점 가격, 中 배송품의 6배
만국우편연합 정한 소형포장물 비용 달라 '우송료 전쟁'
中 개도국 분류돼 선진국보다 수출국에 저비용 지불
LA~뉴욕 美업체 9달러 들 때 中 수출품은 2.5달러


중국 베이징의 온라인 쇼핑몰 업체 직원들이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에서 온라인 사이트인 이베이를 통하면 삼성 휴대전화 충전기를 배송료 무료에 3.19파운드(약 4600원)로 살 수 있다. 정품 마크가 붙은 제품은 일주일 후 중국으로부터 우편으로 도착했다. 같은 모델의 충전기를 영국 휴대전화 판매점인 카폰 웨어하우스에선 19.99파운드(약 2만9000원)에 판매했다. USB 케이블이 포함돼 있긴 했지만, 중국에서 배송된 가격보다 6배 이상 비쌌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자 상거래를 통해 해외에서 배송되는 제품이 얼마나 싼지 알아본 내용이다. 속눈썹 접착제는 아마존에서 0.58파운드(약 850원)에 살 수 있었는데, 10일 후 라오스에서 배송료 무료로 도착했다.

영국에서 멀리 떨어진 중국과 라오스에서 오는 제품이 어떻게 이런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국제 운송료를 고려하면 이런 거래가 가능한지 의문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소형포장물의 해외 운송비를 특별히 규정한 국제 규정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고 FT가 보도했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이 로열 메일 국제 배송센터를 방문해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열 메일 같은 영국 우편회사들은 해외에서 도착한 2㎏ 이하의 편지나 소형포장물을 자국에서 이송해주고 발송 국가 측으로부터 국제기구가 정한 비용을 받는다. 스위스 베른에 본부를 두고 192개국이 가입한 만국우편연합(UPU)이 가이드라인을 정한다. UPU의 현행 규정상 중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있다. 영국ㆍ미국 등 선진국이 수출할 때 상대국 우편회사에 내는 비용보다 중국은 훨씬 적은 비용을 지불한다.

영국 업체들은 잉글랜드 중부 셰필드에서 런던으로 작은 물품을 보내는 것보다 중국 선전에서 보내는 게 더 저렴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가격 경쟁이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우송료 전쟁'이 촉발된 것이다.

미 캘리포니아 이베이 사옥의 로고 [AP=연합뉴스]


미국도 같은 처지다. 미 제조업체가 ‘소매 우선 우편’으로 LA에서 뉴욕까지 0.45㎏의 물품을 보내려면 7~9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반면 미 우정국은 중국에서 도착해 같은 구간을 배송하는 우편물에 약 2.5달러만 받는다. 2㎏짜리라면 미국 업체는 19~23달러를 내야 하지만, 중국 측은 5달러만 내면 된다고 FT는 전했다.

이런 제도를 이용해 소규모 중국 상인들은 도매상에서 전기 제품이나 화장품 등 가벼운 물건의 재고를 사들인 뒤 항공화물로 영국이나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영국에서 가전제품 온라인 판매업체를 설립한 닉 글린은 “영국 우정국이 중국 재판매업자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전자제품 판매점인 마플린의 런던 옥스퍼드스트리트 점포가 최근 문을 닫았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타격은 오프라인 업체에까지 미치고 있다. 중국에서 들여온 소형 전기부품을 주로 판매하며 영국 전역에 200개 매장을 운영하던 마플린은 지난 2월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온라인 소매업체 액스바이트의 닉 화이트해드 전무는 “값싼 배달 외에도 해외에서 오는 15파운드 이상의 물품에만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는 점도 국내 업체에 불리하다"며 “중국 온라인 판매자들이 하는 일은 피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과 무역 전쟁을 치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왜곡돼 있다며 중국 등의 우편 요금 우위를 바로잡으라고 최근 국무부에 지시했다. 지난 5~8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만국우편연합 총회에서 미국은 현재 편지로 취급하는 2㎏ 이하 소형포장물을 소포로 구분하는 제안을 총회 개최 5일 전 긴급 제출했다. 하지만 중요 내용을 담은 제안은 총회 2개월 전 내야 한다는 규정에 걸려 접수되지 못했다.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만국우편연합(UPU) 총회 [UPU 홈페이지]


로열 메일 측은 “중국과 터키, 러시아 등을 포함해 2021년까지 모든 국가가 유럽 주요국과 유사한 요금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규정 변경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미국만 단독으로 중국 등에 요금을 올려받는 선언을 할 수 있다고 FT는 전망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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