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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워싱턴 내 PLO 대표사무소 폐쇄, ICC에도 제재 경고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0 15:40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이어 親이스라엘 행보 가속
사무소 폐쇄하면 팔레스타인과 미국의 외교 통로 막혀
미군 전쟁범죄 조사하려는 국제사법재판소에도 '엄포'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팔레스타인 압박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팔레스타인 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최근 조치에 이어 10일(현지시간)에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워싱턴사무소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트럼프 정부는 자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조사를 문제 삼아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제재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10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워싱턴사무소 폐쇄 방침을 밝표하고 있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EPA=연합뉴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보수단체 ‘연방주의자 협의회’ 연설에서 “미국은 항상 우리의 친구이자 동맹인 이스라엘의 편에 설 것”이라며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직접적이고 의미 있는 협상에 착수하기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워싱턴사무소를 계속 열어두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PLO는 이스라엘과 협상에 들어가지 않고 미국 정부의 평화적 노력에 동참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이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PLO 워싱턴사무소를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1994년부터 미국 워싱턴DC에 연락 사무소를 두고 있다. 사무소는 팔레스타인의 대미 공식채널 역할을 한다. 이번 연락 사무소 폐쇄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한층 수위가 높아진 친(親)이스라엘 행보의 연장선인 동시에, 초강경 압박 카드로 팔레스타인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주도 하에 새로운 ‘중동 평화안’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발표한 ‘예루살렘 선언’ 이후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일체 거부하고 있다.

5월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향해 실탄 사격을 했다. 이로 인해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EPA=연합뉴스]

이후 미국은 노골적으로 친이스라엘 행보를 이어가며 팔레스타인을 압박해왔다. 5월에는 주(駐)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했고, 지난달 말에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돕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미국의 UNRWA 지원금은 3억 6000만 달러(약 4023억원)로 UNRWA 전체 예산의 30% 정도였다.

또 8일에는 팔레스타인인 치료 시설인 동예루살렘 내 병원들을 지원하는 데 쓰였던 예산 2500만 달러(약 281억 원)의 집행을 취소했다.

이번 PLO 워싱턴사무소 폐쇄 조치로 트럼프 행정부가 준비 중인 중동평화안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반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에브 에리카트 PLO 사무총장은 “트럼프 정부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집단적 탄압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이스라엘 범죄를 비호하기 위해 국제 시스템을 해체하고 팔레스타인의 땅과 민족을 공격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하난 아쉬라위 PLO 집행위원도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를 부정하고, 팔레스타인 난민을 돕는 국제기구에 대한 자금을 중단하는 등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고의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매우 잔인하고 악의에 찬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볼턴 보좌관은 또 이날 ICC에 대해서도 “우리는 ICC에 절대 가입하지 않을 것이고, 어떤 도움도 주지 않겠다”며 “ICC가 스스로 말라죽게 할 것이다. ICC는 이미 우리에게 죽은 기관”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또 “만약 ICC가 미국이나 이스라엘, 또는 다른 동맹국을 건드린다면 조용히 앉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금융 제재, 입국 금지 등 가능한 모든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ICC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과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에 대해 구금자 학대 등 전쟁범죄 가능성을 조사하겠다고 요청한 데 따른 반응이다. 또 ICC가 팔레스타인의 요구로 가자지구 유혈사태 등에 대한 이스라엘의 범죄 혐의를 수사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ICC는 지난 2002년 국제사회가 채택한 로마 조약에 의해 창설된 기관이다. 국가 간의 법적 분쟁을 다루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 달리 전쟁 범죄, 집단 학살 가해자 재판 등 국제 범죄 사건을 다룬다. 회원국은 124개국이다.


그동안 콩고민주공화국 내전 학살 사건, 수단 다르푸르 내전 학살 사건 등을 다뤘고 라이베리아 찰스 테일러 전 대통령에게 징역 50년 형 등을 선고하는 등 국제적 인권 범죄를 단죄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미국은 ICC의 설립 근거인 로마 조약에 반대해 이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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