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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건 칼럼] 27일간의 동행, 하나 된 팀 코리아

27일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만나서 훈련했다. 진짜 헤어지기 섭섭하다. 27일간의 동행은 끝났다. 승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남과 북 선수들은 하나였다. 여자 아이스 하키 남북 단일 팀이 보여준 팀 코리아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 였다.

그러나 하나가 된 남과 북에 대해 정치권은 지구 종말이 온 것처럼, 이러쿵 저러쿵 말도 많고 평창 올림픽이 아니라 평양 올림픽 이라는 등 호들갑을 떠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호남 지역에서 열리는 잔치 날에 경기나 제주, 영남 지역에서는 참석할 수 없는 것인가. 영남 지역에서 열리는 잔치 날에 충정이나 강원, 서울,호남에서는 갈수가 없는 것인가. 그들이 하는 언행을 보면 아직도 1970년대, 80년대 시대상에서 사고와 의식이 멈추어 버린 듯, 그들만의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

남과 북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매개체로 하나가 되어 평화 올림픽과 문화 올림픽을 전 세계에 보여 주었다. 남과 북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멋진 경기를 보여주고, 응원단은 힘찬 함성를 외치고, 예술단이 공연을 통해 아름다운 선율과 감동을 선사하며, 남과 북은 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준 평창 동계 올림픽이었다.

몇년 전 애틀랜타에 온 공직자가 이런 질문을 한적이 있다. “애틀랜타 한인들 가운데 빨갱이가 있다는데 알고 있는 정보 좀 주세요.”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어서 그는 “잘 몰라서 그렇지 북한과 접촉하는 한인들이 의외로 많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유유자적 평화롭게 살고 있는 이곳에서 빨갱이라는 표현을 듣게 될 줄이야. 상식적으로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순간적으로 멍 했던 기억이 있다.



기성세대들이 표현하는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종북 세력, 빨갱이라는 단어들이 어느 순간 부터 단체 모임이나 지역 언론의 칼럼 등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있다. 이런 표현들에 대해 기성 세대들은 차세대들에게 책임감 있게 설명해 줄 것인지. 과연, 우리는 차세대들에게 분단된 조국에 대해 무엇을 가르쳐 주고 무엇을 남겨 줄 것인지. 그러나 기성세대라고 하는 리더들은 자신들의 과거 의식과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차세대들에게 어떤 비전 제시도 못하며, 자신들의 합리적인 과거에 도취되어 현실을 외면하고 부정적인 시각만 표현하고 있다. 단지 정치인들의 흉내를 내며 화합과 소통 보다는 자기 입장과 주장만 일삼고 분열을 초래하며, 한인사회에 커다란 사회병을 전염시켜고 있다.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남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자기를 들여다 보는 자기성찰의 아픔이 절실해야 한다.

“우리는 이렇게 자라왔고 살아 왔다. 너희도 그렇게 행동하고 사고해야 한다”는 당위적이고 강령적인 주입이 통하는 시대는 아니다. 이제 세대 간의 당위적 논리는 적어도 강제적으로 설땅을 잃고 있는 것이 현실이요 시대감각의 변천 과정임을 세대간 자각하고 배워야 한다.

기성세대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심사숙고 해봐야 한다. 지난 시간 살아온 삶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정리해서, 차세대들에게 올바르게 전달할수 있는 과정이 그들에게 남은 과제라고 생각한다. 기성세대는 역지사지를 가슴에 새기며, 앞에 나서기 보다는 차세대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자리를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보았다. 한 팀이 되어 경기를 하는 남과 북의 선수들을. 간절히 바라던 첫 골이 터졌을 때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그리고 경기를 지켜보는 우리들도 환호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을. 결국 남과 북은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하나 였다는 것을. 승리 보다 값진 ‘함께’의 소중함을 보여준 아이스 하키 단일 팀을 보며 한인사회도 단체와 단체간, 기성세대와 차세대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 주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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