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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 칼럼] 낙인 찍힌 소는 명품?

우리는 “낙인이 찍혔다”라는 말을 가끔 쓴다. 낙인이 찍히다는 표현은 별로 좋지 않게 평가된 사람을 가리킬 때 주로 쓴다. 원래 ‘낙인’이라는 말은 옛날에 죄수나 노예의 몸에 불로 달군 쇠붙이로 피부를 지져서 표시하던 풍습에서 유래되었다. 고대에는 전쟁에서 포로로 잡힌 적군이나 적국의 민간인을 노예로 삼았다. 특히 중국에서 성행했다. 우리나라 땅이 중국에 점령당할 때마다 수없이 많은 백성과 병사들이 중국에 잡혀가 노예가 되었다. 특히 원나라와 청나라 시절에 심했다. 중국에서는 흔히 노예를 확보하면 노예를 쉽게 식별하고 또한 노예가 도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예의 얼굴에 낙인을 찍어 표시했다. 원래는 소나 양 같은 가축에 소유를 표시하기 위해 낙인을 찍는 관습에서 유래하요 노예에게 낙인들 찍었다고 보면 된다. 가축에 낙인을 찍는 이유는 남의 가축과 나의 가축을 구별하기 위함이다. 즉, 남과 다른 모양의 낙인을 찍어 남의 가축과 섞여 있어도 자신의 가축을 쉽게 구별해 내기 위해 이용했다.

미국에서는 목장이 늘고, 목축업이 발달함에 따라 가축에 낙인을 찍는 관행이 늘어났다. 미국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 시절에 Louisiana Purchase를 통해 중부지방의 광활한 땅을 프랑스로부터 사들이고, 1840년대에는 텍사스를 합병하더니 멕시코와 전쟁을 벌여 서부지방을 확보했다. 이렇게 확보한 중부의 드넓은 풀밭을 ‘Great Plains’라는 이름을 붙였다. 미국인들은 이 땅에 소떼와 양떼를 방목하여 키우기 시작했으며, 이와 더불어 카우보이라는 직업이 탄생했다. 방목하는 가축을 몰아가며 이동시키는 것이 카우보이의 임무이었다.

그런데 목장이 여기저기 생기다 보니 목장 주인들 사이에 목장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철조망을 이용해서 목장의 경계를 가르기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렇게 목장의 경계를 갈라놓아도 자신의 가축과 남의 가축이 섞이는 예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가축이 다 크면 가축을 이동시켜 가축시장으로 몰아가야 하는데, 수백 마일을 이동해야 하는 것이 예사였다. 이동할 때 한 목장의 가축들이 다른 목장의 가축들과 서로 섞이기가 일쑤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장 주인들 각자가 가축의 엉덩이에 낙인을 찍는 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남의 낙인과 모양이 다르게 독특한 낙인을 찍어 두면 자신의 가축을 쉽게 구별해 내기 위함이다. 모든 목장주인들은 너도나도 빠짐없이 가축에 낙인을 찍었다. 1890년대에는 몬태나에는 1만 2천 종류의 낙인이, 와이오밍에는 5천 종류의 낙인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도 약은 꾀를 쓰는 목장주가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남들이 모두 가축에 낙인을 찍으니까 자신의 가축에 낙인을 찍지 않으면 저절로 남의 가축과 쉽게 구별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 사람의 이름이 바로 Samuel A. Maverick이라는 목장주였다. 그는 일부러 자신의 소에 낙인을 찍지 않고 그대로 두어, 낙인이 없는 소는 모두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였다. 이때부터 낙인이 찍히지 않은 가축을 ‘Maverick’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것에서 유래하여 지금도 정치계에서 다른 정치인들과 쉽게 휩쓸리지 않는 정치인을 보고 ‘Maverick’이라고 부른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애리조나 출신 상원의원인 존 매케인(John McCain)이다. 그는 비록 공화당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공화당원이지만, 공화당의 정치 몰이에 휩쓸리지 않고 본인의 소신에 따라 정치 활동을 한다. 그래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기 위해 공화당 의원들을 소 떼 몰듯이 몰아 갈 때에도 본인의 신념에 따라 반대표를 던져 오바바케어가 폐지되는 것을 막는 셈이 되었다.



참고로 낙인을 영어로는 브랜드(Brand)라고 한다. 불로 지진다는 노르웨이 말 ‘Brandr’’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지금 흔히 쓰는 상표라는 뜻의 Brand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명품을 뜻하는 ‘Brand’라는 단어가 결국 소의 엉덩이에 찍힌 낙인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된다. 명품을 좋아한다는 것은 혹시 소의 엉덩이를 좋아한다는 뜻이 되는 것을 아닐까?


노연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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