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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그레이 칼럼] 사랑의 묘미

요즈음 제각기 특색으로 톡톡 튀는 사랑의 색깔에 흠뻑 물든다. 목련 꽃잎이 떨어지는 아쉬움은 수선화와 튤립 등 화사하게 피어나는 봄꽃들로 털어내고 추위에 떨었던 기억도 초여름 기온에 잊는다. 온 세상이 설레임으로 들썩이고 고목의 둥치에 돋아나는 새순도 소중하고 찬란하다. 마치 저녁에 지는 석양이 아침에 떠오르는 햇살처럼 당당함을 보여준다. 더불어 이런 환경에 잘 어울린 여러 모습의 사랑이야기들이 다가와 내 가슴에 상큼한 사랑의 싹을 키운다.

세익스피어의 코미디 ‘헛소동’ 연극을 보고 두 쌍의 사랑이야기에 웃었다가 다음날 극장에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공연 실황으로 푸치니의 ‘라 보엠’을 보며 다른 두 쌍의 사랑이야기에 마음이 저렸다. 증오와 질투가 동반된 사람과 사람의 불과 얼음같이 뒤척이는 사랑의 모습에는 온갖 요소가 회오리바람이다. 더불어 눈앞에 펼쳐진 동성애자 두 남자의 사랑나눔을 목격하면서 사랑의 또 다른 실체를 봤다.

몽고메리를 찾아온 연극계 인턴 젊은 남녀배우들은 앨라배마 주립 극장의 작은 무대를 종횡무진 뛰면서 ‘헛소동’을 열연했다. 생동감 넘친 그들의 열정이 관객들에게 튀어서 모두 단번에 극속에 휩쓸렸다. 헤로와 클라우디오의 사랑은 여성의 순결을 중시한 사회상을 반영한다. 악의의 음모에 빠져서 헤로의 정절을 의심하고 결혼을 거부했다가 음모가 들어나자 화해하고 결혼하는 보통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에 맛을 보탠 것은 화끈한 기지가 넘치는 말싸움으로 서로를 견제하다 선의의 음모에 속아서 사랑에 빠진 베네디크와 베아트리체의 이야기다. 두 쌍의 해피 엔딩 사랑이야기는 정겨움을 줬다.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는 드라마에 낭만적인 멜로디를 가미했다. 절대적 빈곤의 상황에 사랑을 극적으로 조화시켜 깊이가 무거운 사랑이야기를 푼다. ‘라 보엠’은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이야기다. 미미와 로돌포의 사랑은 가난과 병으로 서로에게 고통을 주고 무제타와 마르첼로의 때때로 끊어졌다 이어지는 극적인 사랑도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이들에게 헝겊 모자나 낡은 코트 등 자잘한 물품들이 애정표현에 중요했고 제각기 다른 분야의 예술에 꿈을 가진 네 남자의 우정 또한 인간미를 보탠다. 미미의 죽음으로 끝나는 오페라는 슬프지만 따스했다. “당신과 여기 함께 있기를 원하느냐?”고 물은 미미에게 “언제나”로 답한 로돌포 처럼 오페라와 연극이 언제나 나의 삶에 함께 하길 원한다.



오페라의 첫 액트가 끝나자 바로 내 앞에 앉은 남자가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 불이 켜진 휴식시간에 그를 자세히 봤다. 희끗희끗한 머리의 노인들이 대부분인 관중보다 조금 젊었지만 그의 머리도 숱이 적었다. 옆의 남자와 소근소근 사춘기 소녀처럼 흥분해서 이야기하던 남자의 좀 튀는 언행을 내 옆에 앉은 남편도 눈치챘다. 청바지에 짙은 자켓을 똑 같이 입은 두 남자의 자유로운 감정표현을 남편은 거북해 했다. “늙은이 노릇 하지 말자”고 남편의 팔을 잡고 내 눈은 바로 앞의 두 남자가 보여주는 사랑의 표현에서 떼어내질 못했다. 한 사람은 조용히 또 한 사람은 열정적으로 나누는 대화는 한편의 연극이었다.

언젠가 남편이 선물로 준 책이 있다. 특별히 나를 위해서 주문 제작한 고급스럽고 우아한 짙은 초콜릿 색깔의 가죽 장정을 가진 손바닥 사이즈의 작은 책은 ‘How Do I Love Thee, Young’ 타이틀이 금빛으로 반짝인다. 이 책에는 동서고금 유명인들이 남긴 글이나 작품에서 발췌한 초콜릿처럼 달콤한 사랑을 정의한 구절이 일년 365일 매일 하나씩 실렸다. 단연 사랑의 정수가 모였다. 더러는 철학적이거나 해학적이고 다분히 문학적인 사랑의 오만가지 표현을 읽다 보면 세상의 시름을 잊게 되고 사랑의 묘미도 맛본다.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사랑이 없는 삶은 꽃들이 죽은 햇빛이 안 드는 정원 같다” 며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살라고 했다. 사랑에는 매뉴얼이 없고 나이에도 상관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만 아니라 사람과 자연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호소력이 강한 예술작품에서 얻은 감정이 나의 평범한 일상에 전이되어 주위의 모든 살아있는 사람과 환경에 애착심이 생긴다. 사랑을 함으로써 살아있음을 느끼니 나는 사랑 타령을 죽는 날까지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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