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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그레이 칼럼] 몽고메리에서 워싱턴DC 여정


내가 사는 앨라배마 몽고메리에서는 어느 곳으로 가던지 작은 비행기를 타고 대도시 공항으로 가서 바꿔 타야 한다. 그런데 몽고메리 공항에서 워싱턴 DC의 로널드 레이건 내셔널 에어포트까지 직항노선이 6월초에 개설됐다. 워싱턴 DC를 자주 찾아가는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늘 애틀랜타나 샬럿, 혹은 댈러스로 가서 비행기를 바꾸어 타고 갔는데 단번에 갈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직항노선을 가진 아메리칸 항공사의 표를 구입하고 딸네에 나들이 가는 것이 빨라져서 좋다고 지인들에게 자랑했다. 특히 딸에게는 ‘아버지의 날’ 점심때쯤 도착한다고 알려줬더니 딸과 사위는 특별한 날을 위한 특별한 계획을 준비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손자를 페이스타임으로 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 할매할배는 워싱턴 DC 나들이를 정기적으로 한다. 가끔 기후나 예상외의 일로 비행기가 연착하는 일이 있어 공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터라 우리는 직항노선에 대단한 기대를 가졌다.

출발 당일 아침 공항으로 나서다가 항공사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출발시간이 지연되었다는 통보였다. 바뀐 시간에 맞추어 공항에 가서 TSA 보안 검색을 마치고 출구 게이트에서 기다렸다. 그러는데 출발시간이 또 늦추어 졌다. 그렇게 3번을 연기한 후에 마침내 비행기를 탔다. 작은 경비행기여서 승객 숫자도 한30 명정도였다. 이제2시간후면 목적지에 도착한다며 흥분하는데 여객기가 활주로로 나서서 이륙하기 직전 조종사가 안내 방송을 했다. 기계적인 문제로 되돌아 간다며 수리할 사람을 불렀으니 고치면 바로 출발하겠다고 했다.

가벼운 문제일 것이라던 항공사 직원의 안내와 달리 한시간 이상 지나 기술자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있은 얼마 후, 비행기가 취소되었으니 체크인 카운트에 가서 다시 예약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그때는 벌써 늦은 오후였고 다른 방법이 별로 없었다. 체크인에서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예약하고 가방을 찾아 집으로 돌아왔다. 공항에서 보낸 많은 시간이 억울했다. 직항이라 좋아한 것이나 ‘아버지의 날’을 딸네와 함께 보내려던 계획이 엉망이 된 것이 속상했다. 분명한 이유를 주지않고 거듭해서 출발 시간을 지연하며 하루를 낭비시킨 항공사의 불친절이 괘씸했다. 항공사 웹사이트의 고객담당 부처에 들어가서 불평불만을 했다. 항공사에서 내 신고를 접수했고 차후 조사해서 연락하겠다는 답이 왔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에도 계속됐다. 이번에도 집을 나서려는데 예약된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는 메시지가 왔다. 항공사에 전화해서 여러 선택할 수 있는 비행 스케줄에서 오후에 샬럿을 거쳐서 로날드 레이건 내셔널 공항에 도착하는 비행편을 결정했다. 점심을 먹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다시 출발시간이 연기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샬럿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 다음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되었으니 공항의 체크인 데스크로 갔다. 항공사 직원이 열심히 방안을 찾는 사이에 벽에 걸린 모니터에 우리가 탈 비행기가 연기에서 취소로 바뀌었다. 해도해도 너무한다며 남편과 둘이서 툴툴거렸다. 손자 보러 가는 길이 아니었다면 그냥 환불 받고 워싱턴DC 여행을 취소했을 것이다.

결국 아메리칸 항공사에서 쿠폰을 얻어서 델타 항공편으로 워싱턴 DC로 가기로 했는데 몽고메리에서 출발하는 델타 비행기에는 좌석이 없어서 아메리칸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교통편으로 2시간 반 걸려서 애틀랜타 공항에 도착했다. 밤10시 지나 출발하는 델타 여객기로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자정이었다. 직항노선이 개설되어 2시간 걸린다고 좋아한 것이 39시간이 걸린 긴 여정이 됐다. 다시는 아메리칸 항공사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음날 컴퓨터 문제로 아메리칸 항공사의 동부 노선이 며칠 엉망이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우리가 ‘가는 날이 장날’ 였다 하기에 고객에 대한 항공사의 무성의한 일처리에 화가 났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가 우리를 보고 환하게 웃는 모습에 피곤이 확 풀렸다. 그렇게라도 오길 잘 왔다고 스스로 달랬다. 3일 후 아메리칸 항공사의 고객담당 직원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여행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에 미안하다며 연락해줘서 고맙고 앞으로 고객 서비스 개선에 참고하겠다는 흔히 사용하는 문구였다. 장거리를 이동하려면 항공사를 필수적으로 이용해야 하지만 그들의 횡포는 사절한다. 백 번 잘해도 한번 잘못하면 고객을 잃는다는 사실을 항공사가 인지하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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