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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역사칼럼] 바느질의 혁명 재봉틀의 보급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21 06:47

옷을 만들어 입을 줄 안다는 것이 인류만이 가진 특징 중 하나이다. 몸에 털이 많이 나지 않기 시작하면서 옷을 만들어 입게 되었는, 아니면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하면서 몸의 털이 덜 나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거의 모든 인간은 만든 옷을 입는다.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느질이다. 실과 바늘로 천 조각을 서로 연결해야만 옷이 된다. 예전 한국에서는 여성들이 밤이면 호롱불 아래서 바느질하는 모습이 풍속도처럼 하나의 정경 어린 문화이기도 했다. 재봉틀이 발명되기 전에는 예외 없이 손으로 바느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19세기에 재봉틀이 발명되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복장 문화는 커다란 혁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대개 재봉틀을 ‘미싱’이라는 말로 불렀었다. 일본 강점기 시절에 일본사람들이 ‘소잉머신’(Sewing Machine)이라는 영어 단어의 뒷부분을 소리 나는 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미싱’이라고 부른 것이 한국에 그대로 전해진 까닭이다. 바느질을 쉽게 기계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하려고 시도한 역사는 대개 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1755년에 독일 사람이 재봉틀 발명의 특허를 낸 적이 있으나 기계적인 설명이 부족하여 흐지부지되었다. 그 후 19세기 초반에는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미국 등의 나라에서 재봉틀에 관한 특허가 이루어졌지만, 실속있는 기계 생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1830년에 프랑스의 재봉사인 바르텔레미 티모니에(Barthelemy Thimonnier)가 효율성이 있는 재봉틀을 만들어 선을 보였으나, 다른 문제가 생겼다. 기존의 양복 제조업자들이 공장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그는 불에 타죽을 뻔했다. 새로운 발명은 언제나 기존의 산업에 충격을 주어 그걸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하기도 한다.

현재의 모델에 가까운 재봉틀은 1834년 미국 사람 월터 헌터(Walter Hunter)가 발명하였다. 하지만 이 사람도 역시 여러 사람이 직장을 잃게 될 것을 우려하여 특허를 받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 후 미국에서 1846년 엘리어스 호우(Ellias Howe)가 더욱 개량된 재봉틀로 공식으로 특허를 받았다. 하지만 사업으로 연결되지 않아서 재봉틀 생산에는 실패하였고, 이 기술은 아이작 싱어(Isaac Singer)라는 사람에게 전해져 더욱 개량되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1850년 이후에야 싱어에 의하여 재봉틀은 대량생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싱어는 사업에 수완이 좋았던지 금세 그의 연 수입이 30만 달러에 이를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이때 벌어들인 돈을 남북전쟁 때 북군에 기부하기도 하고 실제로 군대에 근무하기도 했다. 남북 전쟁 후 그의 재봉틀은 세계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해서 명성과 부를 쌓았다.

싱어의 재봉틀은 16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재봉틀의 대명사로 자리하고 있다. 싱어 재봉틀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지금도 100년 전에 만들었던 그 재봉틀이 현대의 재봉틀과 성능 면에서 별 차이 없이 움직일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바로 이런 점이 문제였다. 너무 튼튼하게 만들어진 싱어 재봉틀은 마모율이 적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인기가 높아 처음에는 많이 팔리기는 했지만, 재봉틀이 고장이 나지 않는 바람에 나중에는 판매량이 많이 늘어나지 않아서 싱어 회사의 사업은 나중에 크게 번창하지 못했다. 지금 생산되는 재봉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톱니바퀴를 견고한 쇠로 만들지 않고 플라스틱으로 제조하기도 한다고 한다. 너무 튼튼하게 만들어도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아이러니가 있다.

재봉틀의 발명되어 재봉틀이 대량생산되는 바람에 한때는 집집이 재봉틀 한 대씩 갖고 있다시피 했다. 바느질의 풍속도가 바뀌었던 것이다. 지금은 공장에서 옷을 대량생산하는 바람에 이 풍속도가 많이 없어졌지만 말이다. 어쨌든 인류는 의복을 풍족하게 입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옷이 너무 넘쳐나셔 버려지는 옷으로 인해 생기는 쓰레기를 걱정해야 하는 낭비의 시대에 이른 것이다. 재봉틀의 발명으로 인해 생긴 행복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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