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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수 칼럼 흰머리


한국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난리다. 금년 들어 빌보드 차트 ‘빌보드 200’에서 두 번씩 1위를 차지하고 신세대들에게 인기가 대단한 모양이다. 케이팝, 아이돌, 댄스 뮤직이 낯선 ‘구세대 이민자’인 내게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강남 스타일’이 한참 야단법석일 때처럼 궁금해서 유튜브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이런 장르의 노래에 익숙하지 않은데도 전혀 거부감이 없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능숙한 댄스 동작과 딱딱 맞아떨어지는 가수들 간의 몸놀림, 돋보이는 지나친 얼굴 화장, 현란한 의상 그리고 형형색색의 염색한 머리가 특히 내 눈을 끌었다.

머리 염색이 새로울 것은 없다. 몇십 년도 더 된 일이지만, 나도 새치가 생기기 시작할 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머리카락을 까맣게 물들인 적이 있었다. 몇 번 하다가 그 부자연스럽고 허위와 가식에 가린 내 모습이 싫어 그만두고 말았지만, 노인들이 새치나 흰머리를 염색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머리 염색을 하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다. 나이 들며 저절로 생기는 새치나 흰머리를 검게 물들여 젊게 보이려고 하거나, 신세대 젊은이들이 자기 개성을 드러내고 튀어 보이려고 염색을 하는 경우다. 서양인을 따라 금발 은발은 물론이고 요란한 색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보도로는 문재인 정부의 ‘민주화’ 바람은 곧 중·고등학교 두발의 자유화로 이어질 모양이다. 내년부터는 서울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염색이나 파마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개성과 인권 존중이 그 이유라는데 이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늙어 가며 계속 검은 머리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머리숱이 듬성듬성해지고 자연스레 흰머리가 늘게 된다. 어떤 유전자를 물려받았느냐에 따라 백발의 성성한 정도가 다를 뿐이다. 백발은 노화 현상의 대명사요 세월의 무상함을 일깨워 주는 알람이다. 당나라 시인 이백은 어느 날 문득 거울 앞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를 보고 “고당 맑은 거울에 비친 백발의 슬픔이여(高堂明鏡悲白髮), 아침에 검던 머리 저녁에 눈처럼 희었네(朝如靑絲暮如雪)”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흰 머리는 모근(毛根)의 색소세포인 멜라닌 세포가 줄어들어 생긴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유전적 원인 이외에 스트레스도 중요 원인이라고 하고, 최근 미국 대통령 3인(클린턴, 부시, 오바마)의 임기 중 급속히 늘어난 흰 머리카락을 예로 들기도 한다.

속사(俗事)를 초탈해 외모에 무관심했다던 소크라테스가 아닌 바에야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데 신경을 쓰고, 외모와 옷차림에 주의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니 노인들이 흰 머리카락을 까맣게 염색하는 것을 가타부타할 일은 아닐지 모른다. 화학 약품을 써서 머리 염색을 하는 것은 백발을 감추고 잠시나마 젊게 보이려는 안간힘이다. 그러나 주위에서 남들이 젊어 보인다고 해서 다시 젊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은 실제로는 늙었다는 말이다. 염색한 머리는 자신의 허상에 불과하다. 그 허상에 만족하고 행복하다면 더 할 말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제멋에 산다고 하지 않던가.



흰머리가 반드시 노쇠와 무기력의 상징만도 아니다. 영어로 “지붕에 눈이 있다고 해서 지하실에 불이 없을쏘냐(Just because there’s snow on the roof, doesn’t mean there’s no fire in the basement.)”라는 말도 하고, 새치나 흰머리의 모습이 오히려 매력적이고, 품위 있고 교양있는 인상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숀 코너리, 리차드 기어, 해리슨 포드, 조지 클루니, 그리고 최근에 화제가 된 외교부 장관 강경화를 보라. 그뿐만 아니라 백발은 연륜과 지혜의 상징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부단히 심신을 수양한 덕과 경륜의 증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백발은 영화(榮華)의 면류관이니 의로운 길에서 얻어진다.” 이것은 성경의 한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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