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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광장] 아줌마 시로도<초보>야 ?

금현승
둘루스 거주

일터에서 돌아온 아내의 얼굴이 어둡다. 처음에 마트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할 때 아내의 얼굴은 환했다. “남의 식당에서 일하는 것보다야 낫지 뭐 . 스무살 어린 주인이 누구씨 누구씨 하면서 테이블 닦아라, 화장실에 락스 뿌려라 하는 소리 듣는 것 별로였어.” 아내는 “오피스 일이니 회사 다닐 때처럼 묵묵히 하면 되지 않겠냐”고 좋아하는 눈치였다.

아내는 마트 오피스 안에서 인보이스를 처리하고 상품 가격을 조정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교환이나 반품, 환불 서비스는 물론 수시로 손님을 상대할 일이 많다고 한다. 오늘도 아내는 플로어에 나가서 세일품목의 가격을 점검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 중년의 남자 손님 하나가 큰 소리로 아내를 불렀다.

“아줌마 여기서 일해?”
“네.”
“내가 ㅇㅇ파이 한 상자를 살 건데 여기는 다 낱개밖에 없네. 한 상자 필요한데.”
“네. 제가 담당자한테 알아볼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일한 지 얼마 안되는 아내로서는 당연한 대답이었다.



“어디다 알아봐? 그것도 몰라? 쯧쯧…”
아내는 기분이 상했지만 담당자를 찾아서 알아보고 서둘러 ㅇㅇ파이 한 상자를 손님 앞에 대령하였다. 그런데 손님은 또 소리쳤다.

“아줌마 시로도야? 이깟 것 하나 갖고 오는데 이렇게 오래 걸려. 이 아줌마 완전 시로도네.”

남자의 큰 소리에 계산대에 선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아내에게 쏠렸다. 저런 무식한 사람이 어디 있어. 아줌마는 뭐고 시로도는 뭐야. 도와준 사람한테 고맙다는 말은 못할망정 망신을 주다니. 차라리 한바탕 욕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입을 닫아버린 아내가 더 안스럽게 느껴졌다.

아내도 한국에서는 고학력자에 좋은 직업을 가졌었다. 아침이면 예쁜 정장을 입고 소나타로 출근하여 책상에 앉아 펜대를 굴리던 아내였다. 미국에 온 이후 별별 궂은 일을 다하면서도 아내는 스스로 의연하려고 애썼다. “나도 왕년에는 잘 나갔어. 내가 대기업에 다녔는데 말이야. 나는 어느 대학 출신이야” 라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아내는 싫어했다. 미국에 와서 다시 대기업에 들어가든, 식당을 하든, 빌딩 청소를 하든 그건 자기의 선택이라고 했다. 그런 아내도 지금은 속상한가 보다.

풀이 죽어 입가의 주름이 더 깊어 보이는 아내를 위해 나는 시원한 맥주를 사왔다. 7080 음악도 틀고 아내가 좋아하는 소세지와 시금치 볶음도 만들었다. 식당에서 일할 때는 한인 손님이 거의 없었어. 나를 부를 때 익스큐즈미 맴(Excuse ma’am) 이라고 하거나 이름을 불렀지. 억지를 부리는 손님이 있기는 했지만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았어. 그런데 한인 마트에서 일을 하니 모두 나를 아줌마라고 부르네. 아줌마에 반말까지…. 자존심에 상처가 나 식당으로 다시 갈까. 미국 손님들은 그러지는 않아.“ 아내는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아줌마, 아저씨라고 부르지 말자. 차라리 여기요, 저기요 하는게 낫지. 우리 말에는 Ma’am 이나 Sir 같은 표현이 왜 없는지 몰라.” 나는 겨우 이렇게 말해주었다. 여기까지만 마셔야 겠다. 일 안가는 날 우리 실컷 한 번 마셔보자. 다행히 아내는 웃으며 일어났다. 어떻게든 자기를 위로해주려는 못난 남편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리라.

사실 성질 같아서는 “아줌마 시로도야?” 하고 아내에게 막말을 한 사람을 찾아가 주먹이라도 한 대 날리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주먹을 날리는 대신 나는 이 글을 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한가지다.

여러분, 마트에서 식당에서 제발 아줌마라고 부르지 말고 반말도 하지 마세요. 아줌마, 아저씨라 부르면서 반말까지 하면 좋은 대접 못받습니다. 차라리 부르는 호칭을 생략하고 바로 공손하게 질문해주세요. 여러분의 작은 배려가 세상의 모든 아내들(남편들 포함)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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