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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칼럼] 미국과 성냥의 역사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5/20 15:59

인류가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중요한 차이의 하나가 불을 이용할 줄 안다는 점이다. 지금은 사람이 불을 사용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지만, 불을 처음으로 이용하는 것을 알기까지는 인간의 지능이 필요했다. 불을 이용하여 음식을 익혀 먹어서 소화 효율을 높이고, 추운 겨울에는 불을 지펴 난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맹수들을 물리치는 데에도 불이 매우 유용하므로 불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은 인류 사회에는 일종의 혁명이었다.

인류가 최초로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원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만 년 전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때는 자연에 발생한 불을 옮겨서 이용한 것이 뿐이고, 인간이 직접 인공적으로 불을 만들 줄 알게 된 것은 먼 훗날의 일이다. 불을 직접 만드는 방법을 알아낼 때까지 인간은 불씨를 평소에 보관하였다가 나중에 이 불씨를 살려 다시 불을 일으키는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인공적으로 불꽃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인류는 수만 년 동안 고민해 왔다는 말이 되겠다. 그러던 인류가 아주 간편하게 불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낸 것은 불과 200년이 되지 않는다.

물건을 서로 마찰시키면 불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사람이 알고 그 방법을 최초로 개발한 것이 철기시대의 일이라고 한다. 마른 나무를 빠른 속도로 비비는 방법으로 불을 일으키거나, 특수한 돌을 다른 돌이나 금속에 부딪혀서 불이 붙도록 하였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부싯돌이다. 그러나 부싯돌로 불꽃을 일으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부싯돌을 쓰는 시대에도 대개 불씨를 보관했다가 그것으로 다시 불꽃을 일으켜 쓰는 방법을 주로 이용했다. 그래서 불씨를 보관하는 것을 너무도 소중하게 생각했다. 근세까지도 한국에서는 집안에 보관하던 불씨가 꺼지면 며느리의 불찰로 여겨 며느리가 소박맞을 이유가 되기도 했다.

부싯돌을 이용하지 않고도 불을 손쉽게 만드는 도구인 성냥의 개발은 그야말로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참고로 우리말 ‘성냥’이라는 말은 딱딱한 유황이라는 뜻인 석류황(石硫黃)이라는 말의 발음이 변하면서 생긴 단어이다. 현대의 성냥과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졌던 것이 중국의 역사에서 최초로 발견된다. 5세기경부터 쓰였다는 이 방법은 유황을 막대에 발라서 불꽃을 일으키는 것은 현대 성냥과 비슷했는데, 열을 가해야만 발화하는 점때문에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머지 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서양에서 최초로 성냥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지금의 독일 지방 출신의 브란트라는 사람이다. 그는 1669년 특수한 화학물질을 쓰면 불을 쉽게 붙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후 프랑스의 테나르(Thenard)라는 사람은 1805년 막대기에 황, 염산, 설탕, 고무 등을 발라서 이것을 황산액에 담그면 불꽃이 일어나도록 한 것이었는데, 너무 위험해서 실용화되지 못하고 말았다. 그 후에 많은 발명가가 간편한 성냥을 만드는데 덤벼들었다. 19세기 중반에 본격적으로 성냥이 미국과 유럽에서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성냥이 개발되자 인류는 갑자기 편해졌다. 성냥을 이용하여 불을 붙이려면 성냥개비를 한 번만 문지르면 불을 붙일 수 있었기에 너무 간편해진 것이다. 매우 혁명적인 창안이었다. 그러나 이때의 성냥은 모두 인체에 치명적으로 해를 끼치는 화학물질을 재료로 썼다는 이유로 제대로 사용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건강에 해롭지 않은 안전한 성냥이 1910년 미국에서 개발되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싼 것이 흠이었다. 개발한 성냥 회사가 이 ‘안전성냥’에 특허권을 걸어 놓고 많은 돈을 벌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당시의 태프트 대통령이 특허권을 포기하도록 성냥회사에 특별히 요청하였으며, 성냥 회사는 버티다가 나중에는 마침내 이를 수락하여 성냥은 마침내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되었다. 이렇듯 불을 인공적으로 일으키는 것이 쉽게 생각되어도 막상 인공적으로 불꽃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데에는 수십만 년이 걸린 셈이다.

한편, 원시적인 방법인 부싯돌로 불을 일으키는 방법은 최근까지도 사용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데, 부싯돌을 넣어서 쓰는 기름 라이터와 가스 라이터가 바로 그것이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멋스러운 라이터 중 하나인 지포(Zippo) 와 같은 고급 라이터는 일류신사의 필수품 역할을 하기도 했다. 흡연이 더는 신사의 멋스러운 기호가 아니듯 담배에 불을 댕기는 도구도 멋과는 거리가 멀어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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