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르포]범죄와 폭력에 병든 애틀랜타 서부, 개발 붐 타고 기대감 ‘고조’

화려한 벤츠 구장 이면에 감춰진 그늘
한인 업주들도 추가 개발 가능성 주목

올 여름 번쩍이는 모습을 드러내며 애틀랜타의 명소가 된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 하지만 구장을 등지고 서쪽으로 출발하면, 얼마 못가 도로변 보도의 포장이 군데군데 깨지고 그 틈에 잡초가 무성하다. 이 길을 따라 서있기도 힘겨워 보이는 폐건물들을 여러채 지나다보면, 한인 K씨의 리커스토어가 나온다.

정면의 통유리가 빼곡한 쇠창살로 막힌 작은 단독 건물에서 느껴지는 삼엄함은 권총을 허리춤에 찬 K씨가 방탄유리 뒤에 서있는 내부에서도 마찬가지. 그는 “강도가 빈번하지는 않지만, 총을 보이게 차고 있어야 애들도 겁을 먹는다”며 “특히 강도들이 갈수록 어려지고 무모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드타운과 벅헤드 지역에서는 고급 콘도 건설 붐이 일고, 애틀랜타 동부 지역에서는 10년 이상 지속된 개발 붐 덕에 원주민들이 쫓겨나며 ‘젠트리피케이션’이 사회문제로 제기돼 왔다.

하지만 해가 동쪽에서 뜨면 서쪽으로 그림자가 진다는 사실을 입증하듯 지금까지 애틀랜타 서부 지역, 특히 잉글리시 애비뉴, 뱅크헤드 지역은 갱단의 폭력과 범죄의 온상으로 악명이 높다. 전국 20위권에 속하는 애틀랜타시의 살인률은 이 지역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죽고 죽이는 갱단원들이 실제 생활을 담은 2012년 도큐픽션 영화 '스노우 온 다 블러프'로 악명이 상품화되기까지 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박병진 연방검찰 조지아 북부지검장은 취임 인터뷰에서 이 지역의 갱 범죄 소탕을 최우선 목표로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에도 변화의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10월, 벨트라인의 ‘웨스트사이드 트레일’ 완공식이 열렸다. 완공된 구간은 I-20 고속도로 남쪽으로 로즈서클 공원부터 웨스트뷰 공동묘지까지 이어지는 2.4마일이다.

산책로 완공식일 뿐이지만, 카심 리드 애틀랜타 시장부터 민권운동의 영웅 존 루이스 연방하원의원까지 참석해 이 지역 개발에 대한 시 지도층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측은 이제 I-20를 북쪽으로 넘어 모어하우스 대학교 부근부터 K씨의 리커스토어가 있는 잉글리시 애비뉴, 뱅크헤드 지역을 따라 서부 미드타운까지 이어지는 구간 공사에 돌입한다.

애틀랜타 동부에서 벨트라인이 들어서는 곳을 따라 재개발 열풍이 매서웠던만큼, 서부 구간에도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애틀랜타 팰컨스의 구단주이자 애틀랜타 개발업계의 큰 손인 아서 블랭크가 서부 지역 활성화를 위해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손을 걷어부쳤다는 것도 기대감을 한창 끌어올리고 있다. 블랭크는 3000만달러 규모의 ‘웨스트사이드 네이버후드 프로스퍼리티 펀드’를 조성해 젊은 중산층 주민들의 이주를 장려하고,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직접 유치하는 사업과 더불어 직접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현 주민들의 복지를 위한 놀이터 건설 등의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9월에도 1500만달러의 추가 투자를 약속한 상태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 구장과 필립스 아레나의 주차장으로 사용되어 온 120에이커의 거대 주차장 ‘걸치’에 대규모 투자가 확실시됨에 따라 서부 지역에도 그 여파가 전해질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애틀랜타시는 이 땅에 아마존 제2본사를 유치를 추진중이며, 좌절되더라도 이미 4억달러, 객실 1000여 개의 고층 호텔 개발이 예정돼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K씨처럼 위험한 지역에서 영업해온 한인들에게도 희소식이다. 그는 “주변 빈 땅을 부동산업자들이 사들이고 있다. 내게도 몇차례나 팔라는 제의가 들어왔지만, 아직은 지켜볼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범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