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이젠 그의 몸에선 한 방울의 피도, 더 이상의 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듯합니다. 하늘은 거칠게 변해갔고, 이내 밤이 찾아 오는 듯 온천지가 깜깜한 고요 속에 정지돼 있었습니다. 이때 나는 희미하게 그의 독백 같은 세미한 음성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다 이루었다." 그 후로 그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나는 바람이 그를 흔들었지만, 피어난 꽃들이 향기를 풍기었지만 그는 이미 숨을 멈춘 후였습니다.
그 후 삼일째 되던 날 난 사람들의 수근거리는 소리에 내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가 부활 하셨다" "죽음 권세 이기시고 승리 하셨다" 난 십자가에 달리신 그의 얼굴을 기억해 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심한 고통 중에서도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사랑 안에 있었습니다. "다 이루었다"라는 마지막 세미한 음성 속엔 나의 죄악과, 나의 실패와, 꽃 피우지 못한 나의 좌절과, 그를 찌른 나의 아픔까지도 용서 하시는 그의 거룩한 사랑이 있었습니다.
그는 얼마 후 제자들 앞에 그 모습을 나타내셨고 "땅끝까지 이르러 내 복음을 전하라" 라는 말을 남기고 하늘로 오르셨습니다.
나는 지금도 제자들의 바쁜 발걸음을 느끼며 부활의 기쁨으로 상기돼 있는 저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난 그의 사랑 안에 거하며 간혹 들려오는 제자들의 소식에 귀 기울일 것이며, 눈물과 통곡의 십자가에서 다 이루신 놀라운 부활과, 은혜의 선물과, 벅찬 위로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시카고 문인회장)
가시나무 / 신호철
바람에 떠밀려
어느 동산
한 청년의 머리 위
쏟아지는 절규
꽃이 필 자리에
가시로 맺혀
어둠이 덮힌 하늘
붉게 물드는 아픔
하나 떼어낼 때
외마디 비명
마르고 단단한
깊은 상처를 내고
이제는
그 머리 화관이 되어
숨도 멈추고
울음도 그친 어둠
먼 곳 하늘
외면하는 당신 품에
안기고 싶은
쉬고 싶은 한날
다 이루었다
귓가에 맴돌아
내 몸 깊게 찔러보는
부활의 아침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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