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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누구나 다 관심이 있는 곳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지나쳐 가다가도 되돌아와 그 꽃을 본다.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은 멀리 생김새만 봐도 차 이름과 몇 년도 형인가를 줄줄 외고 다닌다.

사람에게서도 예외는 없다. 많은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도 유독 눈에 잡히는 사람이 있다. 조금 거리가 있어도 그 사람의 음성은 내 귓가에 와 앉는다.

"내 안에 있는 이여 /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 그대가 곁에 있어도 /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류시화 시인의 시 한 구절로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치 않은 듯하다.
내 옆에 있어도 그리운, 바라만 봐도 귀하고 소중한 사람이 있듯이, 쌓였던 눈이 녹고 따뜻한 봄 바람이 느껴지기 시작될 즈음, 나에게도 기다려지고 그리운 것이 있는데, 바로 파릇파릇 솟아 나는 새싹들이다. 겨울 내내 움추렸던 기지개로 허리를 펴고 딱딱하게 굳은 흙더미를 밀고 나오는 모양새, 그 어떤 아름다움에 비할 수 없다.

끝까지 삶의 희망을 놓지 않고, 어둡고 깜깜한 한 계절을 견디어 낸 생명은 그토록 아름다운 빛깔로 봄을 채색 하고 있는 것이다. 끝까지 산다는 것은 최선을 다해 산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어둡고 깜깜한 내 인생의 터널에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주위를 돌아보면 어려운 환경을 비관해서 더 깊은 구렁텅이로 빠지는 사람을 종종 본다.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이요, 무책임한 처사인가? 작은 씨앗 한 톨의 변화에 주목해보자.



사람의 삶이 그 작은 씨앗보다 경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겨울의 황량함을 이겨낸 건 상상을 초월한 봄의 꿈이요, 또 힘이요, 싱그러움이다. 깨어지고, 부서지고, 썩어진 후에 피어나는 새싹, 그 새싹의 푸르름이다. 피어날 꽃들의 희망이다.

우리의 인생의 어두운 부분 때문에 절망 하지 말지니 봄을 기다리듯 우리의 입술에 희망을 이야기하자 봄 볕은 마른 가지 사이를 노래하듯 부드럽게 오고 바람은 엄마 손같이 어린 싹을 쓰다듬는데 봄은 푸른 싹과 함께 넉넉한 오후를 초대하고 있다. (시카고 문인회장)

새 싹 / 신호철

끝까지 살아보자라는 말에
끝까지는 없다고 했다
쉼 없이 달려 쓰러질 때까지
한없이 오르다 넘어질 때까지
끝까지는 없다고 했다
그게 다라고 했다
어느 날 언덕을 오르다
난 끝까지 살아보자 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겨울을 이겨낸 봄의 푸르름이
내 발자국을 밀어내는 새싹이
끝까지 살아 보는 것이다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
교만한 목으로 말하지 않음이
내 팔과 손을 지켜
그 자리로부터 도망치지 않음이
나를 드려 끝까지 사는 것이다
깨어지고, 부서지고, 썩어지면
봄처럼 오는 것이다
내 품에서 다시 태어나
끝까지 사는 것이다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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