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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 윌리엄 펜의 거룩한 실험

새 학기를 시작하여 분주한 중에도, 상상만으로 즐거운 일이 생겼습니다. 다음 달에 제가 함께 연구하는 박사과정 목사님들과 함께 필라델피아로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인 교수와 동행하는 수업이고 동료 목사님들과 함께 하는 나들이라서 말 그대로 일석이조입니다.

함께 공부하는 목사님들은 연령도, 미국에서 지낸 경험도 다릅니다. 한국에서 목사님이 되신 분들도 있고, 미국신학교에서 훈련 받으신 분들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교단 배경도 서로 달라서, 신앙의 내용이나 예배의 모양도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인 이민교회에 대한 열정이 같아서 함께 모여 팀을 이루었습니다.

연구를 위한 여행지로 필라델피아를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필라델피아를 시작한 사람은 윌리엄 펜(Penn, 1644-1718)입니다. 펜실베니아 주의 이름도 첫 지사였던 그의 이름을 따라 짓게 되었지요. 다른 동부의 도시처럼 긴 역사를 가지고, 미국 독립의 중심이었지만, 우리 이민교회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역사적 보고가 되기 때문입니다.

윌리엄 펜은 영국의 퀘이커 교도였습니다. 옥스포드 대학 재학 중 청교도였던 그가 퀘이커들의 설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퀘이커는 폭스(George Fox)가 시작했던 종교운동으로 내적인 빛을 추구하고, 침묵가운데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예배하고,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공동체로 알려졌습니다. 병역을 거부하고 영국교회에 저항하는 퀘이커들은 불법적인 집단으로 여겨졌고 박해 받는 소수였습니다. 펜은 폭스를 따르는 추종자가 되었습니다.



영국 국왕 찰스2세는 해군 장군이었던 펜의 아버지에게 만 오천 파운드라는 큰 빚을 졌습니다. 그 빚도 갚고, 뉴잉글랜드의 식민지도 개척하기 위해 펜실베니아를 펜에게 주었습니다. 펜은 이 땅이 자신의 소유지가 되었지만, 원래 주인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이라고 여겨 돈을 주고 매입하려 했습니다. 뜻대로 되는 않았지만, 이 때부터 원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1681년부터 펜은 이곳에 이주하여 필라델피아라고 명명하였는데 “형제 사랑의 도시”라는 의미였습니다. 펜은 박해 받던 퀘이커들이 새로운 땅에 이주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물론 그들에게 신앙과 예배의 자유를 보장했습니다.

더 나아가 펜실페니아 식민지 헌장에 종교의 자유를 완전히 보장하였습니다. 여러 다른 교회를 묵인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환영하였습니다. 소속 교회와 관련 없이 저렴하고 간단한 절차로 토지를 불하하고 투표권도 부여하였습니다. 퀘이커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신념에 따라 믿음을 지키고 예배할 수 있는 곳을 만드는 펜의 노력을 “거룩한 실험”이라고 부릅니다.

종교적 자유를 환영하자 다양한 배경의 이민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여러 배경의 교회들이 세워졌고, 경제적 활력이 넘쳤습니다. 필라델피아에서 유대인 사회가 발전하고, 장로교회의 중심지가 되고, 후에는 첫 흑인 감리교회가 시작하였습니다. 퀘이커는 곧 다시 소수가 되었지만 모두를 환영하고 다양한 이들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미국 독립의회가 시작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번 연구 여행에 동행하는 목사님들 중에 퀘이커의 신앙과 예배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분은 없습니다. 그러나 성경을 따라 형제 사랑의 도시를 이루려 계획했던 “거룩한 실험”이 얼마나 많은 이민자들을 감동하게 했는지 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에 감동과 활력이 있었다면 지금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미국 교회들과 우리가 똑 같을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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