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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현 문학칼럼: “서북부에서 맞이하는 봄”

-시애틀, 올림픽 공원 여행기-

서북부, 나의 위치는 어디일까?

우리 집 안방에는 세계 지도와 미국 지도 두 장이 나란히 붙어 있다. 그런데 일상에 매몰되어 살다 보면 지도는 존재감을 잃는다. 일에서 멀어져 집을 떠나고 주변을 돌아다녀야 ‘아, 여기가 참말로 미국의 서북부이구나!’임을 실감한다.

미국의 북부에 산다는 것을 절감한 것은 길고도 지루한 겨울 덕분이다. 십일월부터 추워지고 눈이 오고 비도 오고 다시 눈이 오더니 사월이나 되어서야 조금씩 봄 내음이 나기 시작했다. 워싱턴 주에서 첫 겨울을 보내고 봄맞이를 하러 떠났다. 우리가 사는 곳은 미국 서쪽이긴 하지만 시애틀에 가서 항구를 보고 태평양 바다를 만나야 진짜 서부 느낌이 난다. 사개월만에 다시 시애틀을 찾았다. 아아아.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곳 시애틀. 시애틀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이 어마어마한 대도시 정글을 몇시간 이리저리 휘저으며 걸었을 뿐임에도 알 수 없는 도시의 마력이 나를 끌어당겼다. 내가 이 도시에 집을 사고 직장을 얻어, 어마무시한 교통을 뚫고 출퇴근하는 ‘차도녀’가 될 리는 왠지 이번 생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나 나는 그런 꿈을 꿀 정도로 이 도시가 맘에 든다.

지난번과 이번 여행 모두 우리에게 날씨의 행운이 따라주었다. 그렇게 비가 자주 온다는 데 그 비가 오지 않았다. 청명하고 맑은 푸른 봄 하늘 빛이 이틀 내내 우리를 맞아 주었다. 지난 번에는 저녁에 도착해서 보지 못했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갔더니 시장 구경하는 재미,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애틀의 매력에 빠지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닌가 보다.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인도인, 히스패닉 계열, 흑인, 미국인 등 정말로 국제적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또 붐볐다. 특히나 한아름씩 되는 꽃이 한 다발에 10불이랜다. 그래서인지 빨갛고 노란 튤립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화창한 봄날 꽃을 든 당신에게서 분노, 화, 스트레스는 온데간데 없다.



또 저번에는 가 보지 못했던 스페이스 니들에도 갔다. 휴대폰 구글맵의 도움으로 파이크 플레이스에서 이곳까지 20분 정도 열심히 걸으니 도착했다. 표는 비쌌다. ‘그래도 또 우리가 여기를 언제 오겠나?’ 그런 조금은 간절한 마음으로 두 사람에 약 70불을 내고 입장했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띠링!’ 하는 소리가 들리며 순식간에 도착했다. 꼭대기는 아래층과 위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런데 아래층의 바닥은 조금씩 회전을 한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더군다나 바닥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저어 아래가 훤히 보인다. 나는 무섭고 아찔하여 감히 바닥을 쳐다볼 용기도 안 난다. 엉거주춤 엉덩이를 빼고 천천히 걸으며 남편 사진만 후다닥 찍어줬다. 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위층에는 또 유리창을 열고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밖에도 물론 두꺼운 유리가 있어 안전하지만 통유리라 모든게 훤히 보인다. 후우! 참 잘도 지었네. 라는 생각이 든다. 이 곳에도 국제적인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아아아. 시애틀이여, 너의 매력은 어디까지이니.

올림픽 국립공원 맛보기

대도시 시애틀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은 올림픽 국립 공원으로 향했다. 이번엔 큰 맘을 먹고 그룹 투어를 신청했다. 물론 남편과 내가 머리를 짜서 구글 맵에 의존하여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 까지 방문하고, 거기서 설명을 듣고 국립공원내를 돌아 볼 수 있겠으나 이것이 준비 없이는 만만치 않다. 미국내 여행에서 처음으로 해 본 그룹 투어. 가격이 좀 있는 편이었으나 후회는 없다. 우선 가이드분이 많은 것들을 해결해 주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혜택이 운전. 올림픽 국립공원은 시애틀에서 가까워 보이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전 7시에 우리를 데리러 온 가이드는 꼬박 12시간이 지난 오후 7시에 같은 장소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이 하룻동안의 여행중 60프로는 운전이었다. 시애틀에서 베인브리지 섬(Bainbridge Island)까지 갔다. 우리가 탄 차를 배에 싣고 20분 정도 배를 타고 섬까지 갔다. 섬에서 다시 차로 이동했다. 폴스보(Poulsbo)를 지나고 세큄 (Sequim)을 지나 포트 엔젤레스 (Port Angeles)까지 갔다. 올림픽 국립 공원에는 산림 보호 차원에서 산 한 가운데로 들어가는 차도가 없단다. 그리하여 산 주변으로만 길이 나 있다. 결론은 국립공원의 주변 자락만 맛을 봤다. 그랬을 뿐인데도 그 자연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우리가 본 곳은 총 네 군데다. 올림픽 설산 자락이 파도처럼 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 곳은 아직 눈이 녹지 않았다. 두 번째로 간 곳은 숲 속안 하이킹이었다. 남편과 둘이서만 갔다면 이런 험한 숲 속을 겁없이 걷지 못했지 싶다. 길을 아는 가이드 덕분에 두려움없이 숲을 만끽할 수 있었다. 높고 높은 나무들 사이로 이끼도 끼고, 새소리도 들리고 물소리도 들린다. 모기 소리도 들리고 벌소리도 들린다. 열 명을 델고 온 가이드분이 우리에게 ‘일 분의 침묵’시간을 가져 보잰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한 곳에 응시하고 대신 아무 소리를 내지 않고,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이 숲의 소리를 들어 보랜다. 갑자기 발걸음 소리, 말소리,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사라지니 처음에는 조금 갑갑했다. 언제 가이드가 다시 목소리를 낼까. 오히려 머릿속의 생각의 소음들이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아, 내가 이런 사람이군. 나의 머릿속은 혼자만의 생각으로 소음을 만들어 내는 군. 이 모든 것들을 털어내는 작업은 또 얼마나 어려우냐. 침묵의 몇 분을 경험하고 다시 짧은 하이킹을 했다. 점심을 먹고 세 번째로 간 곳은 폭포수다. 물이 콸콸콸 내려오고, 또 우리를 보라고 핀 것인지 꽃처럼 활짝 핀 무지개를 보니 더욱 기분이 상쾌해졌다. 폭포수에 가기 전 강물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태평양을 만날 수 있는 해변가. 오후 4시에 가서 물이 나간 시기였다. 이 네 곳을 둘러보고 다시 돌아왔다.
자연은 많은 것을 안겨준다. 숲에서 숨을 쉬고 있으면 휴식이 되고 안정이 찾아온다. 그래, 인생은 길고 자연은 아름답고 볼 것은 많다. 그러니 일에서의 스트레스여, 일상의 지루함이여, 너희들과 또 다시 씨름하겠지만 거기에 매몰되진 않으련다.

조소현
Brunch.co.kr/@joyloves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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