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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던 카운티 증오범죄 심각. 한인들, 증오범죄 당하고도 쉬쉬

급격한 인구지형 변화
백인커뮤니티 불안감 반영

최근 한인 인구 증가세가 두드러진 버지니아 라우던 카운티에 다양한 형태의 증오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증오범죄를 당한 한인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적극적인 대처가 부족해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지난 21일(목) 라우던 카운티 알디 등의 주택가 눈쌓인 앞마당에 다수의 인종차별적 욕설과 스와스티커(독일 나찌의 꺾여진 철십자가), 유색인종 혐오를 뜻하는 남성 성기 등이 쓰이고 그려지는 범죄가 발생했다. 근처를 산책하던 한 주민이 경찰에 신고를 해서 알려졌는데, 이 낙서가 쓰여진 주택 소유주는 유색인종으로 알려졌다.

라우던 카운티 내 증오범죄는 2016년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70% 넘는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으나 수사당국이 증오범죄 예방과 척결을 위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라우던 카운티 리스버그 등에서는 지난 1월 수백여장의 KKK 전단지가 뿌려지기도 했다.
인종혐오를 부추기는 KKK 전단지는 소도시 도심과 인접한 주택가에 뭉치째 뿌려졌으나 경찰은 단순 전단지 살포 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등이 나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며 공론화하자 최근 마크 헤링 버지니아 검찰총장이 방문해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주택소유주의 적극적이 제보를 당부한다“고 밝혔으나 이렇다할 해결책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


헤링 검찰총장은 라우던 카운티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정치인이지만, 대학재학시절 흑인분장가면을 했었다고 밝혀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

증오범죄에 대한 당국의 태도가 미지근해 엉뚱한 곳에서 불똥을 튀고 말았다.
최근 라우던 카운티 애쉬번에 위치한 매디슨스 트러스트 초등학교 4-6학년 체육 수업에서 과거 노예시대 흑인들의 탈출을 도왔던 시스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Underground Railroad)'를 흉내낸 게임을 한 것으로 드러나 전국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체육 교사는 훌라후프 등의 장애물을 설치하고 이를 뚫고 나가는 게임을 했다고 밝혔으나 용서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NAACP 라우던 카운티 지부의 미첼 토마스 회장은 “노예제는 결코 게임이 아니며 게임처럼 가볍게 처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백인우월주의 병이 깊은 자들이 게임의 형식으로 자신들의 썩은 이념을 전파하려는 악랄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노했다.
교장과 교육청 당국자가 사과를 하긴 했지만, 카운티 교육청과 경찰당국이 문제의 게임을 했던 교사가 누구인지, 이 교사가 어떠한 징계를 받았는지에 대해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국에서는 개인 프라이버스 법률에 따라 공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라우던 카운티는 최근 30년 사이 인구가 네 배 이상 증가해 현재 40만명을 헤아린다.

30년전 백인인구 비율이 95% 이상이었으나 지금은 백인 68%, 아시안 14%, 히스패닉 12%, 흑인 7%, 혼혈 4% 등으로 인구지형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애쉬번 등 페어팩스 카운티와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 등과 인접한 라우던 카운티 동부지역은 한인과 인도계, 중국계, 베트남계 등의 주민비율이 절반이상이다. 북버지니아 지역은 유색인종 비율이 높고 일찍부터 외부와의 교류가 활발하며 확고한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분류되지만 라우던 카운티는 매우 예외적인 지역이다.
지역정부 선출직 공무원 다수가 공화당 출신이며, 민주당 출신 또한 보수색이 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백인중심 커뮤니티를 유지하던 라우던 카운티가 최근 유색인종 홍수를 이루면서 상당한 혼란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우던 카운티는 원래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지역이다. 농장 평야가 드물어 구릉지의 소규모 자작농 중심이었던 라우던 카운티는 대토지 농장주 위주였던 북버지니아 서부 지역과 다르게 더 강한 인종적 터부가 자리잡았다.
지난 1890년부터 1940년대까지 라우던 카운티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는데, 흑인들이 인종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도시 공업지역으로 집단이주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후 라우던 카운티는 유색인종을 찾기 힘든 지역으로 남아있다가 1990년 이후 워싱턴 메트로 지역 확장으로 주택 난개발이 이뤄지면서 아시안과 스패니쉬를 중심으로 한 유색인종 유입이 급증했다.

라우던 카운티에 거주하는 한인 중에도 인종차별을 경험한 이들이 많다.
한인 Y씨(알디 거주)는 "이사온지 일주일 정도됐는데, 출입문 유리 덧장 위에 진흙뭉치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새가 집을 짓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줄 알았으나 며칠 뒤 ”유리 덧장이 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주변에서는 골프공 몇 개를 발견했는데, Y씨는 이 사건 이후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전했다.

한인 K씨(라우던 카운티 섄틸리 지역 거주)는 “페어팩스 카운티 섄틸리에 거주하다가 라우던 카운티 지역으로 넓은 집을 사서 이사와 자꾸 플랫 타이어가 되는 일이 생겨 이상하게 여겼는데, 드라이브웨에 나사못이 여러개 흩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아시안들이 범죄를 당하고도 쉬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피해를 당한 한인들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Y씨와 K씨도 경찰이 개입하면 더 골치아파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신고를 하지 않았다. Y씨는 "7학년부터 미국생활을 했는데, 솔직히 신고해봐야 백인경찰이 와서 증오범죄 증거가 있느냐고 되물을 게 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증오범죄와 인종차별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해결요구 등 압력이 강화돼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옥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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