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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한인상인, 젠트리피케이션 피해 ‘치명적’

젠트리피케이션=렌트비 상승→저소득층 이주→상권붕괴
워싱턴D.C. 슬럼 재개발 강도 전국 최고
극빈층 떠나자, “매출 줄고 렌트비 폭등”

사례 #1
워싱턴D.C.의 한인상인 이모씨는 메릴랜드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와 인접한 워싱턴DC 노스이스트 지역에서 카운터 다섯 개짜리 수퍼마켓을 16년째 운영하다가 거의 손을 털다시피 하고 빠져나와야 했다.
근처 슬럼 지역이 고급 아파트와 로우하우스(rowhouse: 워싱턴 도심의 타운하우스 형태)로 재개발되면서 전국적인 오게닉 체인 그로서리와 빅박스 대형 마트가 줄줄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씨 수퍼마켓 매출의 절반은 푸드스탬프에서 나왔으나 재개발이 완료된 후에 20% 미만으로 급락하고 말았다. 푸드스탬프를 사용하던 저소득층 주민들이 재개발로 인해 폭등한 렌트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인근의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와 찰스 카운티 등의 흑인 동네로 떠나갔기 때문이다.

사례 #2
D.C. 사우스이스트 애나코스티야 강변 근처에서 컨비니언 스토어 겸 리쿼 스토어를 운영하던 한인 박모씨도 지역이 재개발되며 오랫동안 일궜던 가게를 포기해야 했다. 가까운 곳에 생겼던 월마트는 박씨에게 치명상을 안겨줬었다.



재개발에 이은 렌트비 상승, 저소득층 주민 이주, 상권 붕괴로 이어지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공식’에 워싱턴DC의 한인 상인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

한인경제의 큰 축이었던 워싱턴D.C. 한인상권이 붕괴된 원인 중에는 한인1세대가 운영하던 마트가 다른 이민커뮤니티로 넘어간 탓도 있지만 지난 2000년대 이후 가속화된 슬럼 재개발과 슬럼 경제에 의존했던 한인들의 젠트리피케이션 피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메릴랜드 볼티모어 한인상권 또한 비슷한 경로를 밟아가고 있어 한인경제의 또다른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비영리단체 전국커뮤니티재투자연맹 NCRC의 최근 보고서 <이웃이 옮겨간다:미국 도시의 젠트리피케이션과 문화 재배치(shifting neighborhoods:gentrification and cultural displacement in american cities)> 에 의하면 지난 2000-2013년 사이 워싱턴D.C. 저소득층 주민의 40%가 젠트리피케이션을 경험했다.
이같은 비율은 전국 20개 대도시권역 중 가장 높아, 워싱턴D.C.주민과 이 지역 한인상인의 고통을 짐작할 수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이 기간 약 2만여명의 주민이 재개발로 인해 폭등한 렌트비 등을 감당할 수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했다. 이들 저소득층 주민들이 떠나간 자리는 연소득 1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 밀레니얼 세대의 차지가 되었으며, 한인상인들이 갑자기 바뀐 고객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존 주민들과 함께 쓸쓸히 장막 뒤로 사라지게 됐다.

퓨 리서치 센터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최근 15년새 워싱턴D.C.로 이주한 주민의 78%가 연소득 15만달러, 86%가 10만달러 이상이었으며 88%가 백인이었다.
재개발이 완료된 지역은 고급 주상복합 콘도미니엄과 자전거 전용도로, 애완견 전용 공원, 유명 요리사 운영 레스토랑, 오게닉 전문 마트 등이 자리잡아 한인이 운영하는 업소를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위의 시기에 전국적으로 약 11만1천여명의 흑인과 2만4천여명의 히스패닉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타 지역으로 이주해야 했다. 보고서를 주도한 NCRC의 제시 밴 톨 선임연구원은 “투자가치가 높은 지역일수록 개개발 강도가 강하며 재개발로 인해 고소득층이 저소득층을 대체하는 현상이 일반적인데, 워싱턴D.C.의 경우 학술적인 연구가 불필요할 정도로 그 폐해가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페트워스, 마운트 프레즌트, 브룩랜드, 유 스트릿, 14번가 등이 특히 젠트리피케이션 강도가 심하고 다른 노스이스트와 사우스이스트 지역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젠트리피케이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워싱턴D.C.는 특히 다른 대도시에 비해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경제적으로 구입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 개발에 소홀히 한 탓에 기존 주민의 재개발 지역 재정착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뉴욕과 LA 등은 주택 개발업자에게 일정 비율의 주택을 저소득층 등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하거나 렌트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강화해 기존 주민의 지속적인 거주를 돕고 있다.

워싱턴D.C.의 경우 재개발 지역 내 주택을 소유했던 주민들도 재개발 이후 과세표준 급등에 따른 재산세 상승으로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워싱턴지역 재개발 지역에서는 한인 뿐만 아니라 베트남, 중국계, 이디오피아계 상인들도 모두 피해를 입고 있다. 또한 D.C.에 자리잡은 자메이카계 등 카리브해 지역과 카메룬, 나이지리아, 이디오피아 등 흑인 이민자 커뮤니티 등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김옥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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