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미 관계로 풀어보는 북한 문제
김창준 칼럼 / 전 연방 하원의원
한국 언론들이 개성공단 가동 재개와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가능성을 제기하며 들떠 있을 때 미-중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미-중 간에 이런 강력한 대북 메시지는 처음 있는 일이다.
한미관계는 지금보다 더 좋은 적이 없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박근혜 대통령 같이 미 의회 합동연설에서 유창한 영어로 관심을 끌고, 미국 대통령의 신임과 미국민의 인기를 얻은 대통령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중국으로 건너가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가질 텐데 아마 그 때 중국어를 섞어가면서 또 한번 특유의 매력을 보이면서 두드러진 성과를 얻고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이를 바라볼 북한은 심기가 좋지 않을 것이다. 특히 중국의 새 지도자 시진핑의 싸늘한 태도, 아무리 추파와 협박을 교대로 써가며 직접대화를 시도해도 꿈쩍 않고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오바마의 입장, 그리고 원칙을 지키며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는 박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에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갈수록 초조해지고 있을 것이다. 미-한-중 세 지도자의 공통점은 새로 당선된 지도자들로서 앞으로 4~5년을 함께 가며 북한을 계속 조일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지금 어디에도 의지할 데 없는 다급한 상황이다.
이런 북한에 지금 개성공단은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 이 시점에서 한국과 장관급 회담을 서둘러 열어봤자 오히려 초조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니, 차라리 수석대표의 격을 이유로 일단 시간을 벌고 모든 것을 재검토할 기회가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 “북한이 잃는 것이 더 많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상황을 정확히 짚었다고 본다. 물론 그렇다고 한-미, 한-중 관계를 믿고 북한 문제가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는 ‘Do Nothing 정책’을 채택할 순 없다. 지금 이 시점에 우리는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 중국이 필요한 데, 중국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첫째, 중국은 친구가 필요하다. 같은 공산국가로 운명을 같이 해온 동생 같은 북한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차 버릴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어떡하든 살아남기 위해 미국에 밀착해서 중국을 배신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한 여파는 미얀마, 베트남 등에까지 걷잡을 수 없이 퍼질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에 충성을 다해 완충지대 역할을 충실히 해온 북한에 대해 근래에는 중국 내에서조차 공공연히 북한의 김정은을 비판하고 있다. 이 것이 중국 새 정부의 북한에 대한 또 하나의 고민이다.
셋째, 북한을 포기하면 경제원조도 끊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굶주린 수 십 만의 북한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넘어올 것이고, 이렇게 되면 중국으로서는 큰 골치거리다.
넷째, 5000만 명이 채 못 되는 조그만 한국이 이미 세계 10개국 안에 경제대국이 되었으니 통일이 되면 한국의 경제에 북한의 잘 훈련된 젊은 노동력까지 합해져 중국에 가장 강력한 경제적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 분명하니, 중국으로서는 이것이 두려운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에 묻혀 있는 광물인데, 중국은 약 3~5조 달러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희토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 광물을 중국으로 캐어 가려면 국제사회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제 한국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서 한반도 통일 프로세스로 옮겨갈 때가 왔다. 통일만이 굶어 죽어가는 수 십만 명의 북한 주민들을 구할 수 있고, 점점 심해져 가는 인권 유린을 저지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핵이 없는 한반도를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적은 비용으로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로 중국을 설득시키는 것이 첫 번째 스텝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가급적 북한 문제를 중국이 주도권을 쥐고 해결해 주길 바라고 있다. 미국은 직접 앞장서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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