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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동방 무례지국

민유자 / 수필가
민유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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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8/02/19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18/02/18 17:43

인터넷을 통해서 지인이 1954년과 1955년 사이에 찍힌 한국의 풍물 사진을 보내왔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진들을 보았을 게다.

조선의 백성들은 백의민족이었다는 말은 어려서부터 많이 들었고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 당시의 사진을 실제로 보고는 정말 많이 놀랐다.

처음 사진은 소 시장 풍경이었다. 놀랍게도 모든 사람이 흰옷을 입었다. 컬러 사진이라 더 뚜렷이 느껴졌다. 어린이와 젊은이, 군인들은 유색 옷을 입었지만 어른들은 한결같이 흰옷을 입고 있었다.

그 사진들 속에는 내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해방동이인 난 그때의 그 사진 속에서 우유 배급을 타기 위해 줄을 선 볼이 통통한 단발머리 소녀였다. 폭격에 무너진 폐허의 잔해 빈터에서 소꼽놀이를 하고 놀았다. 불과 육십 년 전인데 이렇게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다니!

그러고 보면 한국은 몸체가 두 동강 나고 코앞에 숙적을 두고도 단군 이래 초유의 번영을 이룩하고 세계적인 선진국의 대열에 섰다.

도무지 모르겠는 것은 한국의 젊은이들은 풍요 속에서 왜 그리도 불만이 많고, 한국 사회의 자살률은 높으며, 오늘의 부국을 이룩한 노인들은 빈곤지경에 내몰리게 되었을까. 듣건대, 2003년 이후 13년째 OECD 회원국 자살률 1위의 오명을 쓰고 있고,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당 53.3명으로 국민 평균의 2.1배며 불만 지수는 OECD 평균의 4배다.

빈한한 가운데서도 칼같이 지켜왔던 예의범절은 다 어디 가고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을 이제는 '동방 무례지국'이라 거꾸로 읽어야 할 판이 되었다.

어찌 보면 부모세대의 자업자득일 수도 있다. 허리띠를 조여 매고 불철주야 앞만 보고 여유가 없이 달려온 때문일 게다.

그러는 동안 과열 경쟁 속에 내몰렸던 자녀 세대는 과보호 아래 풍요를 누리는 데 적합하고 일구는 데는 미숙한 연약한 귀동이 되어버렸다. 세상이 버겁고 나를 할애하여 예의를 지켜나갈 힘이 달린다. 그러니 감사할 여유는 도무지 없다. 불만이 쌓이는 이유다.

실업률이 높고 취직자리가 없다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은 봉급이 많고 편한 직장을 찾으니까 그렇지 외국인 노동자의 무시 못 할 상당수가 우리나라에 와서 어렵사리 일하며 공부하는 현실을 보면 일자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자립심과 창의력이 있고 더 적극적인 자세가 있다면 젊음을 불사를 기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리라.

빈한해도 나눌 줄도 알고 체면을 지키며 예의를 존중했던 그 시절을 한번 찬찬히 되돌아보는 것이 약이 될 수 있을 게다. 올챙이 적 생각을 해보자는 게다. 그래서 올바른 역사공부가 중요하다. 사관이 바로 서야 방향을 제대로 잡아 망국의 길로 접어들지 않고 확고한 강성부국을 일구어 나갈 수 있을 게다.

흰옷 입고 짚신 신고 미덕을 지키며 살아온 백의민족. 그 역사를 철저히 배워서 교훈을 얻고 구악의 고리는 끊어내어 새로운 동방예의지국의 명예를 얻을 수 있다면 배탈도 두통도 사라지지 않을까. 조국에 그런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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