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김정은-트럼프-시진핑의 게임
김정은 위원장(이하 모두 경칭 생략)이 평창 올림픽 이후 방북한 정의용 특사 일행에게 한반도 비핵화 및 트럼프와의 회담 의사를 언급한 이후, 북미회담 개최는 급물살을 탔다. 트럼프는 자기의 최대 압박 정책이 김정은을 회담장으로 끌어냈다며 한껏 고무되어 노벨 평화상도 바라보고 있다.폼페이오와 볼턴은 PVID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 북핵의 미 테네시 오크리지 이동 등을 말해왔다. 더 나아가 핵 과학자 및 기술자의 이동과 생화학 무기도 폐기시키는 것이 목표라고까지 했다.
'북한판 마셜플랜' 당근도 내밀었다. 북의 핵 페기 후 체제보장은 물론 남한처럼 발전하도록 엄청난 경제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매체들은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다며 '평화 노래'를 높이 부르며 통일도 곧 다가올 것 같은 환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었다.
이런 상황을 주시하는 시진핑의 생각은 어떨까? 북한이 미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게 되는 것을 가만 보고만 있을까? 중국은 북한을 항상 혈맹, 더 나아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라고 말해왔다. 북한이 미국의 경제 지원을 받아 남한같이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가 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은 베이징 회담 이후 다시 다롄으로 김정은을 불러, 북한이 아닌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다시 확인하며 북한에 대대적 경제 지원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아무리 통 크게 경제 지원을 해서 남한처럼 잘 살게 만들어 준다 해도 그것이 김정은 체제의 보장은 아닌 것이다. 핵이라는 방패를 내려놓고 국가를 개방하면 리비아처럼 된다는 것을 김정은은 알고 있다. 그래서 가까이 붙어있고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대국의 큰 형님, 시진핑과 손을 잡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김정은은 지금까지 한 번도 북핵 폐기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한반도 비핵화라고만 했다. 한반도 비핵화란 말은 곧 미국의 한반도 핵우산 제거 및 핵이 언제든지 한반도에 반입될 수 있는 미군의 철수 및 한미동맹 해체를 의미한다.
김-시진핑 회담에서도 이런 한반도 비핵화를 얘기했지 북한의 핵 폐기란 말은 나오지 않았다. 북한의 입장은 지난 4월 20일의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분명하게 천명되었다. 핵을 완성했으므로 더 이상 핵실험과 ICBM 실험은 하지 않으며 앞으로는 경제 건설에만 집중하겠다고 한 것이다.
김정은 체제를 유지하려면 북은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김정은은 미국이 원하는 PVID 나 북핵 미국 이동같은 것은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김계관을 시켜 북미정상회담 재고 성명을 발표케 한 것이다.
지금 '판'은 김정은의 손에 있다. 김과 시진핑을 달래서 어떻게든지 회담을 성사시키려는 트럼프는 벌써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앞으로 김-트럼프 회담 성사는 널뛰기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회담이 성사되면 김은 아마 미국으로부터 많은 이득을 얻고, 중국으로부터도 혜택을 받으며, 세계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게 되는 '승자'의 자리에 앉게 될 것 같다.
김택규 / 국제타임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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