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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네트워크] 새로운 '문화 권력' 1인방송

이르면 이달 중 유명 연예인 아닌 일반인 출신으로 구독자 1000만명을 넘어서는 유튜버 1호가 탄생한다. 감성적인 커버음악(기존 곡을 재해석해 부르기)으로 유명한 제이플라뮤직이 주인공이다. 3일 기준 구독자가 953만명이다. 2위는 천재 기타리스트 정성하. 그 외 유튜버 순위(방송사·기획사 채널 제외)를 보면 포니신드롬(뷰티), 웨이브야(댄스), 밴쯔(먹방), 영국남자(일상), 도티TV(유아)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현재 국내 유튜브 채널은 1만여 개. 그중 상위 1%인 100개 채널은 수백만 구독자와 함께 억대 수익을 올린다. 새로운 '문화권력'의 탄생이라 할 만하다.

유튜버·1인방송은 기존 방송 개념을 깬다. 먹방, 언박싱(신제품 리뷰), 하우 투(~하는 법) 등 예전 같으면 전혀 방송이라고 할 수 없는 내용이 많다. 같은 게임 방송도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남이 게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걸 보여준다.

1인방송의 동력은 디지털 소셜 미디어 일반이 그렇듯 나르시시즘이다. 방송하는 사람의 자기애와 인정욕구, 보는 사람의 관음 욕망이 맞물린다. 장르가 무엇이든 결국 무언가를 하는 '나'를 보여주고, 그런 내가 타인의 '좋아요'나 채널 구독을 통해 인정받는 쾌감이 본질이다.

1인방송은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경계도 무너뜨린다. 야심한 밤에 혼자 골방에 틀어박혀 밥을 먹지만 밥 먹는 모습을 공유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종류의 '사회적 식사'라는 것을 만들어낸다. 과거 스타들처럼 멀리 있지 않고 댓글을 통해 쉽게 말 걸 수 있는 유튜버에 대한 친근함의 환상은 공고한 팬덤으로 이어진다.



최근 문제가 되는 초등학생들의 '엄마 몰카' 같은 선정적인 방송이 여기서 출발한다. 열 살 남짓 어린 남학생들이 천연덕스럽게 "엄마 몰카 올릴 테니 많은 구독 바랍니다"라며 엄마의 치마 밑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식이다. 자살이나 자해 장면을 생중계하고, 범죄에 준하는 폭력, 욕설과 혐오 콘텐트,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판치기도 한다.

얼마 전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이 공개한 '방송법 전부 개정안'(일명 통합방송법 개정안) 초안과 변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이런 1인방송에 대한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다. 현재의 자율규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데 1인방송의 영향력과 문제점은 날로 커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들의 무한 독주에 속수무책인 국내 사업자들의 불만도 반영됐다.

그러나 그런 규제의 필요성과 별개로, 지금껏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로 분류됐던 1인방송을 과연 KBS, MBC 같은 지상파 방송에 준하는 '방송사업자'로 보는 것이 맞는지 비판이 많다.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한 가짜뉴스 문제도 각 진영이 자신에게 유리하면 진짜, 불리하면 가짜라고 몰아붙이기 전에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무엇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방송'이란 개념 자체가 급변하는 시점에서 지상파로부터 IPTV, 인터넷 동영상서비스까지를 '방송'이라는 하나의 틀로 엮어내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수다.

전 국민이 유튜버가 되는 1인 미디어 시대다. 사회가 동의하는 적절한 수준의 규제는 언제나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규제의 방식이나 근거가 기존 사업자 이해 중심이라면 그건 넌센스다. 실효성도 없고 과잉규제에 공연히 정치적 배경만 의심받을 뿐이다. 이 모든 걸 떠나 이런 규제안을 만드시는 분들은 일단 1인방송을 구독하는 일부터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양성희 / 한국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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