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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대한민국 국기는 '태극기'다

지난달, 평양 순안공항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한 북쪽 인민들의 양손에는 꽃, 인공기, 한반도기가 들렸다. 그 환영 인파 속엔 대한민국 태극기는 없었다. 인공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기이고, 한반도기는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상징하는 선수단 깃발이다.

2000년 6월 13일 순안공항에서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을 하려고 평양에 온 김대중 대통령을 환영한 평양 시민의 손에는 꽃이 들려 있었다. 2007년 10월 2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하려고 평양에 온 노무현 대통령을 광장에서 환영한 평양 시민의 손에도 똑같은 꽃이 들렸다. 그런데 이번엔 꽃만 든 게 아니라 인공기와 한반도기가 함께 등장했다. 그래서 두 개의 깃발에 무슨 뜻이 담겨 있는지 알고 싶어진다.

국기는 국제사회에 한 국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자기 나라를 잘 알릴 수 있는 내용을 그림, 문자, 도형 등으로 나타낸 공식적인 징표로서 국민적 자긍심의 표현이요 국가상징이다. 북한은 해방 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세우고 소비에트 민정청 시대부터 한동안 태극기를 사용하다가 1948년 7월 조선인민회의 제5차 회의에서 태극기를 내리고 인공기로 교체했다. 이렇게 해서 북한은 태극기와 결별했다.

국제정치 무대에서 양자 정상회담과 관련한 표준 의전은 양쪽 국기의 병립이다. 그러므로 국제 기준대로라면 환영 인파의 양손엔 인공기와 함께 태극기도 들려 있었어야 옳았다. 그러나 '조국통일'을 국시로 삼는 북쪽에서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에서는 두 개의 국기는 불가능했다. 다수의 우리 국민들은 한반도기는 태극기의 대체물이라고 꼬집었다.



북한 지역에서 태극기를 흔들 수는 없으니 대신 한반도기를 들었으리라는 분석이다. 물론 언젠가 김정은이 방남할 때도 태극기와 한반도기로 반복되리라는 생각이다. 국제 도의상 정상회담을 위해 외국 원수가 방문한 경우 자국기와 상대국 기를 동시에 게양하는 것이 상례다. 감히 대한민국 대통령을 한국 선수단장쯤으로 폄하하거나 격하시켜서 그랬던 건 아닐 터이지만 아무튼 한마디로 말해 분명히 한반도기는 눈에 익은 정체불명의 깃발임에 틀림없다는 뜻이다.

돌이켜보면 북한의 인공기에 대한 인상이란 1950년 6월 25일 38선을 짓밟고 내려온 인민군 탱크에 인공기를 꽂고 3일 만에 서울에 당당히 입성한 괴물이다. 인민군 군관이 탄 오토바이에 매달린 깃발, 길거리에서 행하는 인민재판장, 동네마다 인민위원회 사무실, 학교 운동장 국기 게양대에 휘날리는 인공기, 심지어 붉은 완장을 찬 사람들이 목에 두르고 다니던 인공기는 무서워 심장 떠는 숨소리마저 죽였다. 얼마 전엔 종북좌파 중에 "광화문 네거리에서 인공기를 들고 김일성 만세를 부를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다"라고 망발하는 자도 있었다. 이토록 한없이 착하고 너그러운 대한민국이다.

이번에 한국 제주도에서 14개국이 참가한 국제 해군 관함식에 일본 함선에 욱일기가 등장하는 것에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여론에 부대껴 결국 일본은 국제관함식에 불참하게 돼 한일 간의 외교적 불화와 갈등을 돋구었다. 그런가 하면 보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대던 인공기엔 왜 그렇게 친근하고 우리의 태극기조차 외면한 인공기에 대해선 그토록 자비로운지 모르겠다. 핵으로 포장한 '적화통일' 인공기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통일' 태극기는 함께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보다. 아무튼 정체불명의 한반도기는 결코 역사와 전통의 숭고한 태극기를 대신할 수 없다. 지금도 해외에서 바라보는 태극기는 한국인의 가슴을 벅차게 한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육군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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