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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소 '현재위치'…RV 거주자 100만 시대

WP "현대판 노마드" 심층보도

RV협회 "RV 소유 기록적 수치"
'도로 위 파라다이스' 꿈꾸며
캠핑장 청소·경비 일거리나
농장 밭일해가며 생활비 충당
본지 신현식 사진기자 부부도
2년전 부터 RV타고 대륙탐방


집 주소가 '현재 위치'인 사람들이 있다. 집 평수는 250스퀘어 피트 남짓. 배우자와 싸워도 문 '쾅' 닫고 들어갈 방도 없다.

12일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이른바 '현대판 노마드(Nomad)' RV 차량 거주 가정들에 대해 보도했다.

노마드는 유목민을 말한다. '풀 타임 RV어(Full-time RVers)' '워캠퍼스(Workampers)'등으로 불리는 이들은 일반 집 대신 RV(캠핑카 포함 레저용 차량)를 주거지로 삼고 살아가는 '현대판 노마드'로 불린다.



최근 RV산업협회(RVIA)측은 현재 RV 거주자 100만 시대가 도래했다고 발표했다. RVIA에 따르면 현재 1050만 가구가 RV 차량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2005년 가구 수 750만과 비교해 기록적인 수치라고 밝혔다.

최근 많은 이들이 아메리칸 드림 여행 미니멀리즘 실현 등 저마다 목적을 위해 도로 위의 삶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웰컴 투 마가리타빌(Welcome to Margaritaville)'. 칩 리치필드(59)와 페니 브링크(62)가 거주하는 하얀색 RV 외관에는 1977년 싱어송 라이터 지미 버핏의 히트곡 제목이 걸려있다. 칩과 페니는 자신들의 RV가 일상에서 벗어나 도착한 파라다이스를 뜻하는 '마가리타빌'이라고 말한다.

지난 2015년 우연히 들렀던 중고 RV 시장에서 그들은 노후 자금을 탈탈 털어 대형 캠핑카를 구매했다. 395스퀘어피트 규모의 이 RV차량은 '데이지'란 이름으로 그들의 집이 됐다.

최근 테네시주에 도착한 그들은 지난 4년여간 25개 주를 횡단했다고 전했다.

요리하는 것을 즐긴다는 페니는 일반 가정의 1/3만한 부엌에서 요리전문가가 다 됐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예전에 살던 버몬트주에 있는 자택을 팔았다. 더 이상 돌아갈 곳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껴서다.

그는 "지금의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낯설게 느껴지던 곳이 며칠 뒤 완벽히 익숙한 곳이 되어 떠나는 것 그렇게 미국을 전부 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많은 생활비를 요하지 않는 RV 생활은 그들에게 매일 일터에 출근해야되는 부담감 대신 자유를 안겨줬다.

커튼 제작 일을 하는 페니는 주문이 들어오면 차량 안에 접이식 탁자 위에 재봉틀을 꺼낸다. 넓은 공간을 위해 칩은 잠시 차량 외부 청소를 맡아야 한다고 한다.

매번 도착한 여행지에서 일거리를 구하기도 한다. 특히 캠핑가 사이에서 중요한 네트워크로 자리잡고 있는 '워캠퍼 뉴스(Workamper News)'나 페이스북 등 SNS을 통해 인근 소일거리 정보를 제공받기도 한다.

또한 현재 '아마존(Amazon)'과 '제이시페니(J.C Penny)'는 RV 캠핑가들을 고용해 물류 창고 운반업무 등을 맡기고 있다. 특히 아마존 경우 '캠퍼포스 프로그램(CamperForce)'을 통해 700여명의 캠핑가들을 고용하고 있다.

칩은 캠핑장 청소나 보안 경비 혹은 지나가다 들른 밭에 수확일 등 소일거리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시절 놓쳤던 것을 되찾아 가는 느낌이다. 60대에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내 인생의 최고의 선택"이라고 전했다.

조이스(84)와 스티븐 세이드(77) 부부는 새로운 늦깎이 삶을 시작한 지 어느덧 9년이 다 돼간다. 지난 2001년 RV차량을 구매해 주말 여행을 즐겼던 세이드 부부는 지난 2010년 집을 버리고 RV 삶에 정착했다. 부부는 따뜻한 계절에는 전국을 누비다가 겨울이 되면 캠핑부지를 구매해둔 애리조나 주에서 머문다고 말했다.

책 쓰는 걸 좋아했던 아내를 위해 스티븐은 차량 한쪽에 집필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대공사도 불사하며 RV 차량에서의 삶을 고수했다. 하지만 인생의 끝을 바라보는 그들에게 차량에서의 삶이 녹록지 만은 않았다. 2년 전 조이스는 뇌졸중으로 캠핑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한다. 다행히 당시 캠핑장에 있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신속히 옮길 수 있었다.

스티븐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며 "삶은 아름답다. 우리는 늙었고 주체하기에는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본지 사진부장을 역임했던 신현식씨는 지난 5월 3번째 미국 대륙 일주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 2년간 본지에 '신현식 기자의 대륙 탐방'을 연재하고 있는 포토저널리스트이다. 그는 지난 2016년 가진 돈 다 털어 장만한 RV로 전국 일주를 결심했다. 중앙일보 독자들을 만나고 카메라에 미국을 담기 위해서였다. 쉽진 않았다. 아니 어려움이 많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하지만 그는 큰 선물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몰랐지만 미국에는 갈 데가 많다. 경관과 유적지가 곳곳에 숨어 있는데 RV를 타고 대륙을 누비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수아 인턴기자 jang.sua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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