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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스필드 성 클레멘테 성당을 가다…"예수님 앞에선 언어는 장벽이 아니지요"

30년 전 한인가정들이 시작
지금은 다민족 공동체로 성장
2004년부터 한인 주임신부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베이커스필드 지역 성 클레멘테 성당 주차장에 도착한 것은 지난 14일 오전 7시.

글렌데일에서 오전 5시에 출발한 지 꼭 2시간 만이다. 한국어미사는 오전 8시. 주차장에는 아직 아무도 안 보였고 조금 지나자 전례 준비를 위해 한인 신자가 도착했다.

"새로 이사 오셨나요?"

한인 신자가 40명 정도(21가정)라 한눈에도 외부인임을 알아보았다.



"처음 이곳은 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미션(공소)으로 시작(1948년)했고 당시는 주민이 백인이었는데 히스패닉과 흑인들이 들어오면서 백인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지금은 히스패닉 지역으로 되었지요. 소속은 프레즈노 교구입니다."

현재 이 본당의 주임을 맡고 있는 전흥식 요아킴 신부의 말이다. 그는 프레즈노 교구 소속으로 지난 2004년 부임했다.

등록 가정은 1000 가정 정도. 영어권 히스패닉이 30%, 스패니시권 히스패닉이 65% 이상, 한인 공동체는 2% 정도다.

이 성당에 한인 공동체가 생긴 것은 30년 전이다.

초창기 멤버의 하나인 유요한씨는 "저는 그때 뉴욕에서 살다가 가족과 함께 이곳 베이커스필드로 이주해 온 상태였고 한인은 저를 포함해서 다섯가정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때 이 성당의 이탈리아계 신부가 이들을 본당 산하의 한인 공동체로서 정식 받아들였다.

"성당 입구 위쪽에 새겨진 부조(예수님이 인디언, 히스패닉, 백인, 아시안, 흑인 아이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처럼 '다인종이 모여 하나를 이루는 공동체'를 사목 목표로 둔 사제여서 미사 때에도 신부님이 영어로 하면 응송을 우리들은 한국어로 할 정도로 관심을 가졌어요."

차츰 이들의 소식이 인근에 전해지면서 벤투라 한인성당을 비롯한 한국복자수녀회의 수녀들이 찾아와 한국어 미사 및 교리공부를 해주었고 이에 힘입어 1990년대 초에는 100여 명 정도까지 한인 신자가 늘었다.

유씨는 "80년 말에서 90년 초에 이 지역 리커와 주택 가격대가 낮아져 특히 LA지역에서 한인들이 많이 들어온 것도 배경의 하나"라 설명했다.

그러나 은퇴 후 LA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데다가 젊은이들은 진학과 사업 설계로 큰 도시로 빠져나가는 반면 새로 이주하는 한인들이 뜸해져 계속 감소해 가는 상황에서 2004년 처음으로 한인사제로 전흥식 신부가 본당 주임으로 오게 됐다.

"그때 전 신부님과 한국어 첫 미사를 드렸을 때의 심정은 다 같아요. 모두 다 울먹이며 미사를 드렸지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한국어 미사를 드리러 오는 사제들은 여름철에는 산불로, 겨울철에는 눈으로 5번 프리웨이가 막히면 사제는 다시 돌아가고 기다리던 신자들은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같은 마음 조림 없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이날 한국어 주일미사를 마치고 따끈한 커피와 도넛으로 친교를 나누는 한인 신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한국어, 영어, 스패니시로 일요일 미사를 드리고 고백성사를 주며 바쁜 하루를 보낸 전흥식 주임신부에게 사목 방침을 물었다.

"한인 공동체만이 아니라 전체 본당의 사목을 하는 사제로서의 목표가 '예수님을 중심으로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친 공동체, 하나로 녹아버린 공동체'입니다. 유니버설, 그게 가톨릭의 의미가 아닙니까. 그것이 바로 천국이고요. 언어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할 때 더 이상 장애도 걸림돌도 되지 않아요."

그래서 일 년에 두 차례 성당 잔치를 크게 벌인다. 한인공동체 따로, 히스패닉공동체 따로가 아니라 함께 뭉치기 위해서이다. 한복입고 히스패닉 브리토를 만들고, 서로 전통 춤을 추면서 한식을 맛나게 먹는다. 성당에서 만난 히스패닉 신자들이 전혀 낯설지 않았던 것이 이 때문이 아닐까.

▶성당 주소: 1305 Water St. Bakersfield,CA 9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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