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1월이 무서운 강박증 환자들"…가족들 못살게 굴면서 온 집안 대청소

강박증세가 새해 의미부여로 더 심해져
자율신경계 불균형으로 오는 정신질환
약복용과 인지행동교정으로 치료받아야

A여성은 남편 때문에 새해가 두렵다. 평소에도 청결(청소)에 대한 강박증(OCD, obsessive-compulsive disorder)이 있는 남편이 새해맞이라며 1월 거의 한 달 동안 온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으며 닦고 털고 하기 때문이다. 거라지는 물론 지붕 위의 거미줄 하나라도 다 치워야만 안정감을 찾기 때문에 본인은 물론 온 가족이 이맘때만 되면 녹초가 되어 몸살을 앓곤 한다. 조만철 정신과전문의는 "강박증은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이 어리석고 쓸데없는 에너지낭비, 시간낭비라는 걸 알면서도 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당사자도 괴롭고 옆 사람들도 너무 힘들어한다"며 "요즘처럼 새해가 되었다거나 어떤 특별한 의미가 주어지면 증세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강박증에 대해 보았다.

-왜 이 같은 강박증이 생기나.

"세 가지 원인을 들 수 있다. 첫째는 두뇌 호르몬인 세라토닌이란 물질이 자율신경계를 조정하는데 어떤 자극에 의해서 균형이 깨어져 불안증이 오면서 강박적인 사고와 행위를 하게 만든다. 두 번째는 타고난 성격이 완벽주의적인 성향일 때 이처럼 강박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세 번째는 후천적 원인으로 성장과정에서 부모로부터 지나치게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자라났을 경우이다. 대표적인 예가 대소변을 가릴 때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이 아이가 성장하면서 강박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외에 모든 병이 그러하듯이 유전적인 원인도 배제할 수 없다 하겠다."

-증세는 어떤 것들인가.



"크게 두 가지로 강박적인 사고(obsessive)와 강박적인 행위(compulsive)이다. 강박적인 사고란 한가지 생각을 집요하게 필요 이상으로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하는 걸 말한다. 문을 잠그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계속해서 안 닫은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잠을 잘 수가 없는 것이 강박 사고이다. 강박행위란 자기 혼자서 세워놓은 일정한 틀(ritual, 자신만의 예식)대로 행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대로 해야만 불안감을 떨쳐버릴 있는 것을 말한다."

-강박사고와 강박행위는 별개의 증세인가? 즉 어떤 사람은 강박사고만 증세로 갖고 어떤 사람은 강박적 행위만을 증세로 보일 수 있나?

"대부분 강박사고가 강박행위를 하게 하기 때문에 결국 서로 연관된다. 문을 잘 잠갔는지 불안한 생각 때문에 결국 일어나 문고리를 확인하러 수차례 가게 된다. 이 같은 행위는 하나의 잠자기 전의 자기만의 습관적인 행위로 자리 잡게 되어 이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게 된다. 어떤 자극이 들어와서 세라토닌이 흥분하여 균형을 잃으면 감정적으로 불안해져서 이것을 벗어나려고 어떤 특정한 행동 양상을 하게 되고 이 같은 행동을 하면서 차츰 불안감이 가라앉게 되기 때문에 유사한 외부 자극이 닥쳐 올 때마다 같은 행위를 해야만 안정되는 강박행동으로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강박행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불안할 때 안정을 찾기 위해서 하는 행동은 개인에 따라 다양하다. 앞의 케이스처럼 청결 강박으로 주변에 먼지 하나 그대로 두지 못하는 행위가 있다. 심한 경우에는 TV 드라마 속에서 밥을 먹다가 음식을 쏟아도 치워야 한다며 TV화면을 휴지로 닦을 정도이다. 본인도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기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이와 같은 행동을 해야만 하는 것이 강박 행위이다. 청결강박에는 세수하고 타월을 사용한 후 끝이 서로 잘 겹치게 반듯하게 걸어두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사람도 있다(대칭 강박). 문제는 이들은 가족들에게도 이것을 강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강박증세를 가진 부부의 부부싸움 이유는 대부분이 '왜 잘 정돈하지 못하느냐? 왜 이렇게 더럽게 어지럽히느냐?'하는 청소, 정리정돈과 연관되어 있다. 청결강박은 자신에게도 적용시킨다. 하루에 수십 번 손을 씻고 샤워를 할 때 일정한 법칙을 정해놓고 그대로 해야지 그 중 어딘가 잘못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샤워하는데 한 시간이 넘는다. 데이트나 어떤 의미있는 행사 참여를 해야 할 때에는 증세가 더욱 심해져서 두세 시간 샤워하는 환자들도 있다. 딸의 결혼식이라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샤워할 때 비누를 계속 떨어뜨린 아버지는 3시간 동안 샤워를 하는 바람에 결혼식에 늦고 말았다. 샤워할 때는 몸을 두 번 먼저 물로 씻은 후 비누칠을 한번 한 다음에 머리 샴푸, 린스 그런 다음 다시 한번 비누칠을 하는데 이 때 비누가 바닥에 떨어지면 다시 처음부터 몸을 두 번 씻는 것으로 되돌아 정해진 수순대로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본인도 괴로운 강박행위들이다."

-사회생활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당연히 괴롭고 힘들다. 한번 출근하려면 '개스불을 껐나?'하는 불안감에서 자동차 시동을 켰다가 다시 끄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확인하고 나온 다음 다시 시동을 켜는데 이번에는 화장실 불을 꼭 켜 놓고 나온 것만 같아서 다시 돌아간다. 이렇게 매일 수차례를 왔다갔다 하고 난 다음에야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지각이 다반사이다. 영화에도 소개된 대로 운전하고 가다가 어떤 특별한 무늬만을 따라 차를 몰아야 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간판을 다 읽으면서 가야 하는 강박증 환자들도 있다. 그래서 아주 심한 경우는 직장생활을 포기하게 된다."

-대인관계는 어떤가.

"마찬가지로 쉽지 않다. 한 여성은 남성을 만났을 때 자꾸 시선이 바지 아래로 가는 것만 같고 이를 상대 남성이 알아채고 자신을 이상한 여자로 본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서 데이트를 할 수가 없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강박증도 많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코가 뭉퉁해서 사람들이 내 코만 쳐다본다'는 생각에 대인기피를 한다. 사람 만나기가 힘들어 혼자 지낸다."

-치료가 가능한가.

"당연히 약물과 인지행동교정, 그룹 테라피 등으로 교정할 수 있는 정신질환이다. 그런데도 주변에 이 같은 강박증세를 가진 채로 치료할 생각을 하지 않고 고통스럽게 지내는 사람(가족들)이 의외로 많아서 안타깝다. 치료 효과를 본 사람들은 저마다 '왜 진작 치료받지 않고 힘들게 이런 행위에 사로잡혀 오랫동안 괴롭게 지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옆의 가족들까지 괴롭히면서. 강박증은 본인 스스로도 쓸데없는 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옆 사람도 힘들지만 환자 자신이 너무 괴로운 정신질환이다. 그래서 자칫 우울증으로 발전하기 쉽다."

-1월에 심해질 수 있는 강박증세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새해라고 해서 너무 큰 의미를 스스로 두지 말 것. 다 같은 하루하루이다. 어떤 것을 꼭해야만 한다는 강박감이 엄습할 때에 한 번도 하지 않던 반대쪽을 해 볼 것. 먼지? 올해에는 새해맞이 대청소를 건너뛰어 보자. 먼지 때문에 내가 어떻게 되는지 한번 두고 보자(죽기야 하겠는가?)."


김인순 객원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