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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삶의 화두가 뭐요?"

석가탄신일- 관음사 대연 스님 인터뷰

의식주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마음 관리 위한 화두 없는 시대
고통과 고행의 인생 지나다 보면
"매화 향기는 더 맑게 다가온다"

행하지 않는 깨달음 의미 없어
원수 있기에 '나'도 존재하는 것


요즘 LA 관음사를 밝히는 불이 환하다. 석가탄신일(5월22일)을 맞아 봉축 연등이 달려 있어서다. LA한인타운 3가와 옥스퍼드 애비뉴 인근에 있는 관음사는 미주지역 조계종 산하 125개 사찰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한 길가에 위치한 사찰이라 자동차 경적 소리가 귓가를 때리지만 연등은 묵직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관음사에는 10년 넘게 수행중인 대연스님이 있다. 한국에서의 기간까지 합하면 40여 년간 수행에만 매진한 스님이다. 지난 17일 대연스님을 만나 연등의 의미를 물었다.

대연스님에게 불교를 쉽게 풀어달라 했다.

그랬더니 대뜸 "그대는 삶의 화두(話頭)가 뭐요?"라고 되물었다.



잔뜩 질문만 하려던 찰나에 허를 찔린 듯했다. 갑작스러운 물음에 순간 머뭇했다.

"불교에선 화두를 '잡는다'고 하지. 참선 수행을 위해 실마리를 잡는걸 '화두'라 한다오."

-스님의 화두는.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는가. 어느 스님이 그렇게 질문했다. 공부는 의문에서 시작된다. 난 거기서 출발했다. 나에겐 아무것도 모르는,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개념이 화두가 됐다. 거기서 결국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포교활동을 할 때면 각 나라 언어로 타인종들에게 'Who am I?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화두가 없는 인생은.

"화두 없이는 '나'를 깨칠 수 없다. 결국은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한 것 아닌가.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나만의 화두가 없다. 이게 누구나 한두 개씩은 있어야 하는데…. 육체를 위한 의식주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마음 관리를 위한 화두가 없다. 그게 없으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세속적인 것에 빠져 헤맨다. 현대인이 마음의 병과 정신적인 문제에 많이 시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 화두를 잡지 못할까.

"종교인 또는 종교 지도자들을 보라. 다 복 받고 천국 가자는 말만 한다. 듣기 좋은 얘기만 한다는 거다. 마음과, 정신, 인생의 본질에 대한 말은 별로 없다. 그러니 요즘 사람들을 보면 다들 지갑에 아이디는 갖고 다니면서 마음 속에 화두는 안 갖고 다닌다. 그렇게 되면 이 사바세계에서 모양에 집착하고, 소리에 집착하고 먹는 것에 집착하게 된다."

-깊은 생각의 부재라는 것인가.

"어떤 것에 대한 생각은 너무 많이 해도 집착이 되고, 반대로 너무 안 하면 멍청이가 된다. 그래서 치우침이 없는 중도가 중요하다. 한 예로 '정신 차리라'는 말이 있지 않나. 그건 항상 깨끗하고, 맑게 '정신을 차리자'는 뜻이다. 인생에서 치우침이 없기 위해 정신을 차리는 그 길은 곧 고통, 고행의 길이다. 그러나 그걸 겪으면 매화 향기는 더 맑게 다가오는 법이다."

-불교는 결국 '나'를 깨닫는 것인가.

"부처는 '고통의 바다를 건너려면 지혜의 배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했다. '나는 누구인가'를 통해 본연의 모습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삶과 죽음이라는 것에서도 자유하게 된다. 그걸 '열반(涅槃)'이라고도 한다. 본 성품을 깨달아 고통의 잠에서 깨어나는 거다. '나는 본래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질문에 어느 정도 답할 수 있다면 돈이나 명예 같은 것에도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나'를 모르고 사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사람 바뀌기 어렵다는 게 그 말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 같다.

"진리는 체험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에게 공부는 쉽게 말하면 남의 지식을 복사하는 수준 아니었나. 그건 얕다. 보고 듣는 것만으론 안 된다. 그래서 수행이 필요하다. 참 마음에 집중하고 본연의 '나'를 알기 위한 과정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화두도 필요한 거고…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절대 남이 알려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오직 '나'를 위한 앎이 수행인가.

"불교엔 법화경이 있다. 그것의 핵심은 간단히 말해 행해야 한다는거다. 인간은 '나'에게만 국한되는 존재가 아니다. 만약 산소가 없어봐라. 내가 존재할 수 있는가. 원수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있으므로 내가 함께 존재하는 거다. 타자에게 행하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 존재가 아니다. 깨달음을 통해 지혜를 얻었는데 행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래서 난 지금도 영어나 스패니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타인종에게도 그 깨달음을 전하고 행하려 하는 거다."

-곧 '나'를 모르면 행함도 없는 것인가.

"불교에서 '참선(參禪)'은 쉽게 말하면 곧 잃어버린 '나'를 찾는 것이다. 참선을 한다면 모름지기 의심이 되는 문구나 질문에 대해서 연구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은 자신의 영리함만 믿고서 세상의 천박한 학문을 읊조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착실한 공부를 하지 못하면 말과 행위는 어긋나게 돼있다."

-연등이 밝다. 무슨 의미인가.

"밝은 게 전혀 없는 상태가 '무명(無明)'이다. 그래서 마음의 등을 밝히자는 거다. 무명에서 불을 밝히는 게 석탄일의 연등이다. 연꽃은 '물들지 말라'는 거다. 연꽃은 진흙이 있는 곳에서 피지만 거기에 물들지 않는다. 우리가 세속에 살고 있지만 물들지 말라는 의미다. 내 법명도 큰 연꽃, 그래서 '대연(大蓮)'이다. (웃음)"

☞대연스님은

LA관음사, 하와이 무량사 국제선원의 선원장, 조계종 삼화불교 미국 LA총림 방장(최고 책임자)을 역임했다. 그는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했다. 한국 성균관대학에서 이학 석사 학위까지 받았던 그는 대학 시절 잠시 1년간 절간 수행을 했었다. 당시 수행 때 끊임없이 내면에서 이어지던 질문에 대해 답변을 찾던 것이 계기가 되어 결국 불문에 귀의했다. 그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뉴욕 원각사, 포틀랜드 보광사, 로드아일랜드 프로비텔스 국제선원 등에서 영어 설법, 영어 기도 법문을 통해 타인종에게도 불교를 전하고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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