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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대양 누빈 항공모함의 위용

미드웨이호 해상 박물관
샌디에이고항서 박물관으로
49년 임무 마치고 2004년 개장

각종 함재기와 전투장비 전시
볼거리 가득해 하루가 모자라

한때 미 해군의 핵심전력으로 자리했던 항공모함 미드웨이호가 그 웅장한 몸체를 뽐내고 있다. 길이 1001피트(305미터), 6만 4000톤에 이르는 미드웨이호는 해상 박물관으로 변모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상징으로 유명한 키스 사진 동상도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한때 미 해군의 핵심전력으로 자리했던 항공모함 미드웨이호가 그 웅장한 몸체를 뽐내고 있다. 길이 1001피트(305미터), 6만 4000톤에 이르는 미드웨이호는 해상 박물관으로 변모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상징으로 유명한 키스 사진 동상도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내 생애는 신산스럽거나 때로는 자부심과 명예로 점철된 세월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버지니아의 조선소 앞 대서양에 몸을 담근 이후 아직까지도 바닷물에 몸을 적시고 있으니….

본격적인 취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주일 뒤인 1945년 3월, 이후 1955년까지 10년간은 세계에서 제일 긴 배로 자리했었다. 취역 이듬해인 1946년 카리브해의 시운전 이후로 대서양 함대에 배속돼 항모전단의 기함으로서 북대서양의 혹한기 장비 및 전술 훈련에도 참가했고, 1947년에는 독일로부터 탈취한 최초의 액체 연료 로켓인 V-2를 기동 중에 갑판에서 발사하는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1954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중국과 대만 사이의 갈등으로 빚어진 대만해협의 위기 상황에서 대진군도에서 1만5000명의 중국군과 2만여 명의 국민, 그리고 그들의 가축을 태워 대피시키기도 했다.

1958년엔 제7함대에 배속된 이후 1962년엔 일본, 한국, 필리핀, 그리고 대만 등지에서 훈련에 참가했고, 1971년엔 베트남전에도 참전했다.



그리고, 1976년엔 생각하기도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8월 판문점 인근 공동 경비구역 내에서 북한군의 동향을 정찰하는데 방해되던 미루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중 북한군 30여 명이 도끼를 휘둘러 주한 미군 장교 2명을 살해하는 이른바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벌어져 당시 대통령이던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함재기 65대와 순양함 등 중무장한 호위함 5척을 거느리고 동해에 출동하기도 했다.

1979년 11월부터 1981년 1월까지 미국인 63명이 이란 주재 미대사관에 억류됐던 이란 인질 사건 때에는 항모 키티호크, 니미츠와 함께 아라비아해에 배치됐었다.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 페르시아만의 기함으로서 사막의 폭풍 작전도 지켜봤다.

49년 짧지 않은 세월이었다. 1992년 당시 딕 체니 국방장관이 참석, 나의 영예로운 퇴역식이 치러졌다. 그 뒤 8년간은 내가 싣고 다녔던 함재기와 무기 등을 내려놓는 작업이 이뤄졌다. 그들은 내 고단한 삶의 무게에 다름 아니었다.

드디어 군인들이 아닌 일반인을 모시는 날이 왔다. 2004년 6월 모든 미국 항공모함의 모항으로 일컬어지는 샌디에고항에 닻을 내렸다. 내 삶의 후반기를 장식할 해상 박물관으로 문을 여는 날이었다. 그 해 6개월 동안 무려 87만여 명이 다녀갔으니, 이만하면 흡족하지 않겠는가.

엔진실과 식당 등 볼 곳이 널렸다.

엔진실과 식당 등 볼 곳이 널렸다.

취역 당시 4만5000톤이던 몸체가 퇴역 시에는 6만4000톤으로 불었다. 각종 무기와 장비 둥 업그레이드를 하다보니, 무게가 늘 수밖에 없었으리라. 137대의 항공기 탑재 능력을 갖췄으나 50년대까지는 100대, 베트남전 이후 퇴역 시까지는 65대를 운용했다.

길이는 1001피트(304미터), 12개의 보일러와 4개의 디젤 터빈엔진으로 시속 33노트(38킬로미터)로 대양을 누비던 미드웨이호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한때 미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했던 미드웨이호는 샌디에이고 관광에서 지금도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미드웨이가 바라다 보이는 주차장 바로 옆에는 2차대전 종전의 기쁨을 상징하는 그 유명한 키스 사진을 동상으로 만들어 관람객을 즐겁게 하고 있다.

휴일이긴 하지만 여전히 미드웨이호를 찾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항모 내부로 들어가니 오락시설로 F-18 시뮬레이션이 운용되고 있다. 엔진실과 수병들의 내무반, 식당 등을 거쳐 드디어 기동 갑판으로 올라왔다. 갑판 한쪽으로 함교에 해당하는 '아일랜드'가 우뚝 솟아 있고, 갑판 곳곳에는 각종 함재기들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흡사 비행기 동체가 거대한 엔진 위에 올라앉은 듯한 F-14를 비롯해서 항모 출격이 가능한 공중급유기, 대잠 초계기인 S-3 바이킹, 육군의 블랙호크에 해당하는 헬리콥터 '시호크'도 반갑다. 항모 탑재기의 필수 전략인 조기경보기도 그 위용이 대단하다.

갑판에는 이외에도 제2차 세계대전부터 걸프전까지 실제 이 항모에서 운용했을 각종 항공기들이 자리하고 있다. 어떤 비행기는 내부로 들어가 조종석에 앉아볼 수도 있다.

아일랜드 4층으로 올라가니, 좁디좁은 통로를 통해 항공기의 이ㆍ착륙을 유도하는 에어보스룸, GPS가 없던 시절 지도에 선을 그어가며 거리와 예상시간, 그리고 함대의 기동 위치 등을 나타내주는 내비게이션룸 등이 나타난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이 수두룩한데, 발걸음이 빨라지니, 이곳저속 부딪히기기 일쑤다. 좁은 창문 너머 저 멀리로 현역 핵 항모인 칼빈슨과 로널드 레이건함이 엷은 오후의 햇살아래 웅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개관시간은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료는 18세 이상 23달러, 13~17세 17달러, 6~12세 10달러, 온라인 예매시 각각 1달러씩 할인해준다.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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