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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빈 배가 될지, 혹시

서로를 밀치던 지붕의 기와

소나무 우거진 호수의 집들

격정의 몸부림으로 쓰러진

산타아나 폭풍의 흔적이다



뒤뜰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배 한 척 호수에 울며 떠다닌다

잃어버린 배의 주인은 누구일까



살면서 혹시 잃어버린 건 없는지



아침 햇살 받아 떠있는 배

여러 번 옮겨 다니며 살던 날들

참 많이 부대끼며 살았는데

어젯밤이 순간처럼 스쳐가고

손길 분주한 시간 지나면 나도

풀어진 배의 느슨한 오후처럼

묶어 둔 체증도 풀릴지 모를 일



내 속 비우면 빈 배가 될지, 혹시


한길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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