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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 여성 절반 이상 "집 재정상황 모른다"

지식 부족 등 이유 전적으로 남편에게 의존
사별·이혼 돌발상황 생기면 대처에 어려움
학자금·은퇴계획 등에 적극적 참여 바람직

사회·경제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꾸준히 개선돼 왔지만 금융·재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소외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문제에 있어서는 많은 여성들이 여전히 '2등 시민'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최근 세계 각국의 여성 36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58%가 장기적인 가족의 재정문제와 관련된 결정권은 전적으로 남편들에게 의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의 2241명은 결혼한 여성으로 최소한 100만 달러의 투자자산을 갖고 있는 여성들이었다. 나머지 1401명은 이혼했거나 사별한 여성이었다.

미국내 여성 응답자 역시 세계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54%가 남편이 투자 등 재정설계 및 자산관리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장기적인 재정설계와 투자, 건강관리 계획 등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과반수 이상의 여성들이 남편들에게 가족의 재정환경과 관련된 결정권을 양보한 데는 정치적, 혹은 문화적으로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 이같은 패턴은 여성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재정적 '웰빙(well-being)'에 치명적 리스크(risk)'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문화적 이유

UBS의 조사는 여성들이 재정설계와 관련된 책임과 권한을 남편들에게 넘기는 이유로 자신감 부족을 들었다. 남편들이 돈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정 관련 문제를 계획하고 투자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이같은 환경에서는 때로 '민주적'인 가사 분담 과정에서도 재정문제는 남편의 일로 배정되게 된다.

문화적인 이유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돈에 대한 교육을 덜 받으며 성장한다는 설명이다. 전통적으로 가족의 재정문제에 대해 남성들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 왔기 때문에 이같은 문화적 전통이 여전히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20~30대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34세 사이 여성의 59%가 재정관리는 남편들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또 50대 이상의 여성들 사이에서는 55%가 남편에게 재정문제 관리를 맡기고 있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재정문제와 관련, 성별간 차이는 세대를 불문하고 비슷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교육수준도 이와 같은 성별에 따른 재정적 참여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학력 여성들도 그렇지 못한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재정적 문제에 대해서는 과반수 이상이 남성들에게 그 책임과 권한을 양도하고 있었다.

'모 아니면 도'

전문가들은 평소 재정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고, 계획에 참여하지 않는 여성들은 남편의 사망이나 이혼 등 인생의 큰 변화를 겪으면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녀들을 대학에 보낸 후 이혼을 하게 된 한 60세 여성은 이혼 절차를 밟으면서 기대했던 은퇴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알게 됐다. 다시 직장을 구해 70세까지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40대에 사별을 한 여성은 남편이 세금보고를 했는지 여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재산현황도 전혀 파악이 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경우 많은 여성들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재정적 실수를 하기 쉽다.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한채 재정적 '코마' 상태로 있거나, 앞뒤를 살피지 못한 채 너무 성급한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바람직한 결과를 낳지 못하는 선택일 때가 많다.

전혀 관심조차 없다 어려운 환경에서야 뒤늦게 재정문제를 마주하기는 누구에게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배우자와 함께 능동적으로 재정적 미래를 설계하고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숫자 뒤의 의미

재정설계를 돈에 대한 계획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편협한 생각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재정설계, 자산관리를 인생에 대한 계획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단지 6% 수익률을 볼 것인 지, 혹은 8% 수익률을 볼 것인 지 등 숫자만의 문제로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다. 이 자산이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인 지, 인생에 있어 어떤 의미가 있는 자산인 지 등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재정설계가 남성과 특히 여성들에게 보다 유의미한 과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 가족의 재정설계를 고민하고 있다면 혼자가 아니라 배우자와 함께 현상황을 공유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여성 스스로도 소극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학자금, 은퇴설계 등 가족의 장기적 재정설계에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해보자.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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