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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온난화…2100년 산호가 모두 사라진다

고운 색깔 잃는 백화현상 확산
산호충-조류 공생 관계 깨져

전 세계 70% 이미 피해 입어
호주 대산호초 91%도 몸살
온난화 막아야 되살릴 수 있어

전 세계 바다에서 산호가 죽어가고 있다. 화려한 색깔을 잃고 하얗게 변하면서 죽어가는 백화현상이 심각하다.

산호초는 바다의 열대우림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생물 종이 서식하는 곳인데, 산호초가 백화현상으로 황폐해지면 해양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어업에도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길이가 2300㎞에 이르는 호주 북동 해안의 대산호초. 3000여개의 작은 산호초와 600여 개의 섬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호주의 국립 산호초 백화현상 조사 태스크포스팀의 조사 결과, 대산호초의 91%가 백화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과거 대산호초의 40% 정도가 백화현상을 보였는데, 엘니뇨가 이어지면서 2016년 30%, 2017년 20%가 추가로 백화현상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일본 오키나와에서도 가장 큰 산호초의 75%가 백화현상으로 죽었고, 동남아에서도 95%가 위험에 처했다. 몰디브도 60% 이상이 피해를 입었고, 카리브 해에서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10% 미만이라는 보고도 있다. 이미 전 세계 산호초의 70%가 피해를 입었고, 2100년이면 모든 산호초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산호는 촉수를 가진 산호충, 즉 부드러운 폴립(polyp)이 모인 것이다. 폴립에 따라 산호의 모양과 색이 달라지고, 폴립 색깔은 그 속에 든 조류(藻類)에 의해 결정된다. 산호 폴립 속에는 편모조류의 일종인 주산텔라(Zooxanthellae)가 들어있는데, 산호충과 주산텔라는 공생관계다. 주산텔라는 광합성을 통해 얻은 산소와 영양분을 산호충에게 공급한다. 산호충은 조류에게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 적당한 서식 장소를 제공한다. 하지만 환경이 나빠지면 산호충이 폴립 속의 조류를 내쫓는 현상이 벌어진다. 조류 세포가 사라진 산호는 탈색돼 하얗게 변한다. 바로 백화현상이다. 산호충은 죽고, 딱딱한 탄산칼슘 골격만 남는다.

백화현상은 수온 상승의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바로 엘니뇨 발생 때처럼 해수 온도가 상승할 경우 백화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도 백화현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수심이 깊어지면 산호의 공생 조류가 충분한 태양광을 받지 못해 죽을 수도 있다.

바닷물 산성화도 영향을 준다.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다량으로 녹아들면서 바닷물의 산성도가 강해진다. 바닷물이 산성으로 바뀐다는 것이 아니라 중성으로 가까워지면서 알칼리성이 약해진다는 의미다. 이미 전 세계 바다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30% 정도 더 산성도를 띠고 있다. 산호는 바닷물에 녹아있는 아라고나이트(aragonite·선석(霰石))라는 탄산 미네랄로부터 골격을 만든다. pH가 낮아지면 화학 반응 조건이 달라져 미네랄을 제대로 이용할 수가 없다.

오염물질도 백화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호초 주변 바닥 퇴적물에 유기물이 많이 쌓이고,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 산소가 고갈돼 유해한 황화수소가 배출된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산호초를 위협한다. 아시아 태평양 산호초의 3분의 1이 플라스틱으로 덮여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2일 하와이주 의회는 산호 등 해양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옥시벤존(oxybenzone)과 옥티노세이트(octinoxate)가 함유된 자외선 차단제의 판매와 유통을 금지하는 법안을 미국 내에서 최초로 통과시켰다. 오·폐수와 수영객을 통해 바다로 들어가는 이 물질은 어린 산호의 백화현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산호초 1㏊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3만6800달러에서 213만 달러에 이르고, 전 세계적으로는 연간 172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덴마크 코펜하겐 컨센서스 센터는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2100년에는 백화현상으로 인한 어업 피해가 연간 490억~690억 달러에 이르겠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면 140억~200억 달러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산호초의 백화현상을 막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하면 충분히 복원에 나서 볼 만하다고 말한다. 비용 대비 90배 이상의 혜택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 정부는 최근 대산호초 보호를 위해 5억 호주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현재 산호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환경변화에도 견딜 수 있는 '수퍼 산호'를 만들어내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높은 온도에서도 산호충과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생 조류를 찾는 일도 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일정한 조건이 유지되는 곳에서 산호를 배양한 다음 어느 정도 자란 다음 이를 옮겨 심는 방식으로 산호초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과학한림원의 산호 생물학자인 레베카 올브라이트는 지난 1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기고에서 "수퍼 산호 등을 통해 산호를 복원하더라도 이는 국지적인 규모만 가능하고, 지구 규모로 복원하려면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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