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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노랫말, 세상을 울리다

우리는 노래와 음악을 구별해서 말합니다. 노래를 듣는 것과 음악을 듣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음악을 듣는다고 할 때는 반드시 가사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한국음악이니 서양 음악이니 클래식 음악이니 할 때 가사를 떠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노래를 듣는다고 하면 가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노래에서는 가사가 핵심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노래 가사를 노랫말이라고도 합니다. '노래'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간절함이 있습니다. 노래의 근원은 다양하게 살펴 볼 수 있으나 보통은 하늘에 제사 지내면서 부르던 것을 노래의 기원으로 봅니다. 우리말의 노래는 어원이 '놀다'에 맞닿아 있습니다. '놀다'를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기도 하는데 노는 것은 쉬는 것이나 일하지 않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노는 것은 오히려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고, 당연히 어떤 일을 하는 것입니다.

놀다와 어원이 같은 '노릇'이라는 단어에는 일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엄마 노릇, 선생 노릇이라는 표현에서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노릇이라는 말을 연기라는 뜻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엄마 노릇이라는 말을 엄마가 사용하면 자신의 이야기가 되지만 딸이 엄마 노릇을 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면 '역할, 연기'의 뜻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무당이 굿을 하는 것도 '놀다'라고도 합니다. 굿을 하면서 '한 번 놀아보자'라는 말을 하는 장면을 보면 무당은 신의 모습으로 놀기도 하고, 죽은 사람의 모습이 되어 놀기도 합니다. 무당은 신이나 혼령이 들어왔다고 이야기하지만 그야말로 혼신을 다해서 혼연일체의 연기를 하는 겁니다. 물론 실제로 들어왔을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럴 때 '놀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우리말에서 광대를 '노릇바치'라고 합니다. 노릇은 연기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어떤 연기를 아주 잘 하는 사람을 노릇바치라고 한 겁니다. '북청사자놀이' 같은 경우는 분명이 연기죠. 한 판의 연극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영어에서도 '놀다'에 해당하는 'play'가 연극의 의미로도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굳이 우리말 '놀다'를 번역한다면 'play'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노래는 무당이 굿과 같은 장면에서 나오는 겁니다. 나의 마음을 노래하기도 하지만 신에게 바치는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의 모습을 담아내기도 합니다. 어쩌면 신에게 드리는 노래는 즐거웠을 수 있겠습니다. 한편 사람의 고통을 대변한 노래는 애절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죽음으로 이별하고, 병으로 고통 받는 우리의 모습, 사랑하는 이를 잃은 모습을 노래하였을 겁니다. 우리는 마치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끼고 동병상련으로 아팠을 겁니다.

노랫말을 통해 위로하고 위안을 받습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음률보다는 가사에 마음이 갑니다. 종종 노랫말의 직접적이고 강렬한 표현에 더 큰 위로를 느낍니다. 가락에 노랫말이 더해지면서 강렬한 공감을 일으키는 겁니다. 노래 가사가 지금 내 처지와 같으면 더 빠져들게 됩니다. 듣다보면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래 가사에 사랑 노래가 많고, 가족 이야기가 많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노랫말은 그대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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