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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의 강

다시 봄이다.

내 고향에는 지금쯤 뒷동산에 빨간 동백이 무리져 피어 있을 것이다. 아니면 뚝 뚝 한꺼번에 지고 있으려나. 동백꽃이 지고 나면 복사꽃이 피기 시작 할 것이다. 천사의 옷자락처럼 투명하고 희고 화사하던 꽃잎들은 꽃 구름을 만들며 나무 가지위에 한동안 걸쳐 있을 것이다. 그러다 한 잎 두 잎 눈송이가 휘날리듯이 떨어져 내릴 것이다.

난 낙원이나 천국에 가보지 못했지만 낙원의 모습을 상상해 볼 땐 아름다운 고향의 봄날을 떠올려 보곤 한다.

고향에 가보지 못한 지 수 십년이 되었다. 어린시절 이후 서울에 올라와 살았기 때문에 그동안 내려갈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기차를 탄다면 가 닿을 수 있는 곳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해도 그 복사꽃 피던 고향 마을이 거기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내 마음 속의 고향에 가 닿으려면 내 살아왔던 생을 다 거슬러 가야만 할 것 같다.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의 하늘은 늘 푸르디 푸르고 그 위의 뭉게 구름은 눈부시게 희기만 하다.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의 강에는 낮에도 별 가득히 반짝이고 있다.

세월의 강을 한참이나 흘러왔는데도 강변 갈잎들의 노래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세상살이에 지치기 전에 밝고 순수했던 마음과 더운 피를 나눈 동기들과 장난감과 게임기가 없이 같이 어울리기만 해도 즐거웠던 어릴적 친구들을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 근심 걱정 없던 시절로, 어머니의 품으로, 해맑은 동심은 돌아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가슴 떨리고 순수하던 젊음의 한 때로 돌아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거리가 더 많이 떨어질 수록 마음 한 켠으론 고향의 강이 더 그리워진다. 그 그리움이 멈추게 되는 날, 내 삶마저도 메말라 버리게 될 것 같다.

"진달래 곱게 피는 봄이 되면 돌아온다"고 했던 젊은 날의 약속과 희망은 아직도 내 가슴 속에 있다. 그 약속들과 기다림을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날, 난 늙게 될지도 모른다.

3월 초의 변덕스러운 날씨들이 지나가면 이곳에서도 봄이 시작 될 것이다. 기적인 양 죽어있던 나뭇가지들에서 새싹과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 할 것이다. 매년 돌아오는 봄날은 늘 마음 속 고향의 봄들과 겹치곤 한다. 앞날에 대한 소망과 함께 고향을 향한 그리움도 풀려 나곤 한다.

언젠가 고향에 다시 돌아 갈 수 있을까? 그리운 사람들을 다시 만나 볼 수 있을까?


위선재 / 웨스트체스터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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