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설득하는 말하기

말하기의 목적이 자신의 의견을 상대에게 전하는 것이라면 거기에 맞는 화술도 필요합니다. 특히 설득하는 말하기에는 화술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즉 화법이 화술은 아니지만 화술이 화법을 더 좋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나치게 기술에 의존하는 화법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자신의 의견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를 더 잘 설득할 수 있을까요? 내 의견에 동조하게 만드는 화술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몇 가지 주안점을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자신의 의견, 주장은 앞부분에 먼저 말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윗사람과의 대화라면 의견을 앞에 놓아야 합니다. 대부분 윗사람은 끝까지 이야기를 듣거나 추측해야 하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말하기는 좋은 방식이 아닙니다. 보고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고의 요점을 먼저 이야기하고 설명을 뒤에 붙이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이렇게 접근하지 않으면 "그래서 결론이 뭐야?", "요점만 말해 봐"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소통과 설득에 실패할 가능성이 많은 대화입니다.

설득에서 중요한 방식, 태도로는 상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 것임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내 의견이지만 이것은 상대도 동의했거나 상대가 전에 피력했던 의견에 기초한 것이라고 하면 동의를 이끌어 내기 쉽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받아서 기획을 한 거라고 생각하면 반대할 명분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전에 말씀하신 내용에서 힌트를 얻어서"라는 식의 표현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이 방식은 상대에 대한 관심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설득하는 말하기에는 조금 더 논리적이고 구체성을 띄는 게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정확한 수치를 기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대략, 아마, 정도' 등의 표현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돈의 경우도 정확한 숫자, 사람의 경우도 정확한 명수를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시간을 약속할 때도 분 단위까지 기억하고 있다면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언어 표현도 '어쩌면, 같습니다, 일 겁니다' 등의 표현보다는 정확한 표현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이야기 내용이 많거나 길어지게 될 경우 가능하면 세 가지로 요약해서 말하는 게 좋습니다. 3이라는 숫자가 주는 안정감이 있습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정반합의 구성도 가능하게 됩니다. 장점과 단점, 그리고 중용의 태도가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한편 여러 사람이 의견을 나누는 경우에는 가능하면 마지막 순간에 다시 이야기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이야기한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게 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종합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 때문에 이야기가 지루해지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 되겠죠. 대화의 상황을 잘 판단해야 합니다.

설득하는 말하기에도 풍부한 이야깃거리는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적절한 비유나 좋은 문구 등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를 감동시킨 좋은 비유나 좋은 문장은 평상시에 메모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진부한 비유나 인용은 오히려 설득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설득의 말투나 표현을 자주 연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좋은 설득의 장면을 따라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설득은 진심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설득이 진심이 아니라면 거짓이 됩니다. 그것은 남을 속이는 일입니다. 설득하기 전에 스스로가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본인도 의심하면서 남을 설득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겁니다. 또한 설득은 상대가 있는 소통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반응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상대가 관심이 없다면 설득의 말하기는 무의미할 수 있습니다. 설득은 내 진심에 상대가 귀를 기울이게 되는 말하기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