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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계', 꼭 하셔야겠습니까?

한인사회에서 잊을 만하면 나오는 것이 이른바 '계 파동'이다. 친목 또는 목돈 마련의 이유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계를 하다가 약속된 곗돈을 받지 못했다는 피해자가 속출하는 것이 계 파동이다. 계의 규모에 따라 피해액이 수만에서 수십만 달러에 이른다.

아직도 계를 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여전히 많은 한인들이 계를 한다. 적어도 6개월에 한번 정도는 계가 깨져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전화가 신문사로 걸려 온다.

피해 전화를 받을 때마다 가장 드는 생각은 '안타깝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계약서 한 장 없이 친분 만으로 돈을 주고 받는 방식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피해자들을 계속 만나 그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면서 왜 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심정적으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부분은 "이민생활을 하다 보면, 스몰비즈니스를 운영하다 보면 목돈 마련이 필요한데 여러 가지 상황 상 은행 등을 통해서는 어렵다.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이유를 말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계로 인한 피해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계의 특성 상 제대로 된 계약서 한 장 쓰지 않다 보니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 계주가 작성한 단순한 순번표만을 근거로 한 달에 수 만 달러가 오간다. 순번표에는 돈을 주고 받았다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나중에 그간 부었던 곗돈을 못 받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피해를 입증할 수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계 자체가 금융 상품으로 인정받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 근거조차 희박하다. 오히려 곗돈과 이자 수입에 대한 세금 보고가 없기 때문에 조세법과 관련한 문제도 생길 수 있다.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의 수사 당국도 한인사회에 계 피해가 적지 않음을 인지하고 있지만, 형사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상법 변호사들은 계를 시작할 때 최소한 계약서라도 쓰고, 돈을 주고 받을 때마다 차용증을 써 두는 것이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일부 계주들은 법적 보호가 어렵다는 현실을 역이용하기도 한다. 곗돈을 주지 않는 이유를 생활고라고 주장하며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는 이 같은 기본적인 근거조차 남길 수 없다면 계는 해서는 안 된다. 없는 살림 속에서 1년 넘게 소중히 부어온 돈을 하루 아침에 날릴 수 있는 것이 계다. 법적 보호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그래도 계를 하시겠습니다"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서한서 /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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