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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 스토리] '포도와 올리브의 물결' 토스카나

시간이 멈춘 듯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곳, 나는 지금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와 있다.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와서 경험해야 하는 와인의 성지이기도 한 이 고장은 위대함 그 자체이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과 올리브밭이 마치 대화를 나누는 듯 물결치는 언덕들은 몽환적이기 까지 하다. 하루를 '멍'때리고 있어도 좋고, 늦잠을 자는 게으름을 피우는 게 어울릴 것 같은 평온함이 우리를 반겼다. 이탈리아에서는 와인이 인생이라고 말한다. 고속도로 옆에도, 가정집 뒷마당에도 포도나무들은 빼놓을 수 없다. 뉴욕과 비슷한 90도에 육박하는 뙤약볕 속에 이미 포도는 푸릇푸릇 녹색으로 영글기 시작했다. 이곳의 마을의 집과 상점 등 시가지는 모두 산꼭대기에 있다. 외세의 침략이 많았기 때문에 산으로, 산으로 올라간 것이다.

토스카나는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해 있으며, 흔히들 이탈리아의 심장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온 피렌체가 토스카나의 수도이다. 피렌체는 미국에서는 플로렌스로 불리며, 언덕 꼭대기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다비드상으로 더욱 잘 알려진 곳이다. 피에몬테, 베네토와 함께 이탈리아의 3대 와인생산지이다. 검은 닭 무늬로 유명한 대중적인 와인 키얀티도 바로 토스카나의 산악지역의 한 마을이다. 이탈리아 와인하면 누구도 주저 없이 키얀티를 떠올렸지만, 1980년대부터 이른바 수퍼투스칸이 등장하며, 이탈리아와인을 고급와인의 대열에 올라서게 한 지역도 바로 이 토스카나 지역이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토스카나의 심장으로 불린다는 몬테풀치아노였다. 역시 산꼭대기에 있다. 더구나 침략을 대비해서 매일 밤 9시문 성문을 굳게 걸어 잠궜던 곳이라고 한다. 로마북쪽 186킬로미터, 피렌체 남서쪽 124킬로미터 지범인 몬테풀치아노는 해발 605미터에 위치해 있다. 돼지, 치즈, 벌꿀, 파스타가 유명하지만, 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Vino Nobile de Montepulciano)는 이미 이름에서 고급스럽다 못해 사치스런 품격이 느껴진다. 노빌레라는 단어 때문이다. 귀족을 뜻하는 단어로, 이 와인이 귀족의 식탁에 공급됐다는 뜻으로 노빌레라는 단어가 포함됐다. 토종포도인 산지오베세로 만들어지며 리세르바는 3년이상 숙성된다. 약 60년 전인 1961년부터 이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와인 애호가를 사로 잡은 와인으로 성장했다.

두 번째 도착한 곳은 브루넬로 몬탈치노의 고향인 몬탈치노였다. 피렌체에서 110킬로미터,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에서 15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도시는 역시 산꼭대기에 발달했고, 9세기무렵의 사원이 남아있는 가 하면 13세기의 성곽이 바로 오늘의 성이어서 중세시절 건축물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와이너리들을 하나 하나 방문하며 토스카나 본고장의 와인을 시음했다. 과연 세세의 명성을 떨치는 와인은 달랐다. 최근에 생산된 빈티지임에도 불구하고 깊이가 느껴지는 와인이었다. 브루넬로 몬탈치노(Brunello Montalcino)도 토종포도인 산지오베세로 만들어진다. 브루넬로 몬탈치노는 만드는 와이너리가 약 200개 정도, 그중에서도 브루넬로 몬탈치노의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와인이 비온디 싼티다. 브루넬로 몬탈치노라는 이름을 지은 와이너리기도 하다. 값이 좀 비싼 것이 흠이지만 말린 장미향이 글라스를 가득 메우는 아름다운 와인이다.



토스카나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 이제는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수퍼 토스칸이다. 프랑스 보르도에 5대 샤토가 있다면 토스카나에는 안티노리 가문이 있다. 메세치 안토리니 패밀리는 약 650년 전인 1385년 설립됐다. 정확히 하자면 633년 전이다. 이 가문을 대표하는 3명의 거장이 바로 수퍼투스칸을 탄생시킨다. 피에르 안티노리와 그의 동생 로도비코 안티노리, 그리고 이모부인 마리오 인치사델라 라케타 3명이다.

수퍼투스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와인은 사시카이아로, '자갈 같은' 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안토리니가문의 딸과 혼인한 마리오 인치사델라 라케타가 해안지역인 볼게리에서 포도밭을 일궈서 생산한 와인이다. 그래서 자갈 같은 을 의미하는 단어가 붙은 것이다. 독특하게 이 와인은 산지오베세가 아니라 프랑스 보르도의 포도품종인 카네베 쇼비뇽으로 탄생됐다. 그뒤 피에르 안티노리가 이모부인 라케타의 뒤를 이어 와인산업에 뛰어들었고, 사시카이아 마케팅을 돕다가 스스로 만들어낸 와인이 그 유명한 티나넬로와인이다. 키얀티에서 토종품종인 산지오베세에다 15%정도를 카베네로 블렌딩했다. 티나넬로의 탄생으로 비로소 수퍼투스칸이란 찬사가 이어졌다. 피에르는 '태양처럼'을 의미하는 솔라이아로 또 대박을 쳤다, 산지오베세와 카베네 소비뇽의 배합을 정반대로 바꾼 것이 와인애호가를 사로잡은 것이다. 솔라이아는 카네베 소비뇽이 주연, 산지오베세가 조연으로 출연하는 와인이다.

피에로의 동생 로도비코 안티노리는 '마세토'라는 와인을 만들었다. 100% 멜로 품종으로 만들었으며, 마세토는 '작은 점토조각'이라는 뜻으로, 점토질이 많은 토양에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로도비코는 또 하나의 명품 올네라이아를 탄생시켰다. 볼게리에서 생산된 포도를 모두 블렌딩해서 토스카나의 대표적인 와인으로 탄생 시켰다. 멜로와 카베네 소비뇽, 카베네 프랑, 프티 베르도 등을 섞었다.

토스카나 어디를 가든 와인 가게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와인 가게들은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 가게들처럼 관광객들을 실망시켰다. 이곳의 와인 가격은 미국의 두 배에 달했다. 앞에서도 소개했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와인스펙테이터 잡지의 톱100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안티노리 가문의 티나넬로는 미국에서는 100달러 미만에 판매된다. 하지만 여기서는 2.5배에 가까운 230유로에 팔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평온한 도시에도 돈을 쫓아가는 인간의 본능은 숨길 수 없었다.

김앤배로펌 공동대표변호사


배문경 / 국제와인전문가(WSET 레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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