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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A Diary in His Eighties 살아가며 죽어가며

장동만 / 언론인·뉴저지
장동만 / 언론인·뉴저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9/01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8/08/31 17:25

어느 80대의 일기장(88)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I think, therefore I am)." -R. 데카르트.

"만족한 바보 보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되는 편이 낫다(It is better to be Socrates dissatisfied than a fool satisfied)." -J.S. 밀.

"생각하는 백성(사람)이라야 산다."- 함석헌.

모두가 인간이 '사유(思惟)하는 존재(Homo Sapience)'임을 집약적으로 서술, 형언(形言)하는 유명한 글귀(文句)다.

우리는 쉴 새 없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간다. "아침은 뭘 먹을까?" "오늘은 뭘 할까?" 잡다한 생각부터, "산다는 것이 뭐지?" "착하게 살아야 하는데..."에 이르기 까지, 오만 가지 생각이 마음 속을 들락 날락 한다. 그리고 좀 조용할 때 눈을 감고 있으면 갖은 상념(想念)이 떠올라 사념(思念)이 끝이 없다.

그런데 삶과 죽음의 경계선(境界線)에 선 나이 든 사람들의 정신적인 환경은 어떨까? 매일 매일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낼까? 지난 날을 생각하면 아쉬움과 회한, 내일을 생각하면 죽음의 공포,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바보가 되는 것이 마음이 훨씬 편하다. 그래서 짐짓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이를 떨쳐버리려 무진 애를 쓴다.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니라, "존재한다. 허나 생각을 거부한다"이다.



'생각하기'도 귀찮다.

덧붙여, 나이 듦에 따르는 신체 쇠약과 사고.인지 능력의 저하, 어떤 주제에 대한 생각을 하려 해도 일관되게 논리적으로 생각이 이어지지가 않는다. 조금 생각을 하다 보면 쓸데없는 온갖 잡념이 떠올라 생각이 두루뭉수리가 된다. "아, 이 것도 늙은 징조구나." 긴 한숨이 나온다.

인류의 먼 조상 원시인들이 애초에 어떻게 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를 추리해 본다. 수렵과 농경 시대, 그 수확이 변변찮을 때 "어떻게 하면 수확을 올릴 수 있을까?"를 궁리, 골똘히 생각을 하게 되었을 거다. 그 같은 생각이 면면히 이어져 오늘 날에도 사람들은 어떤 곤란에 부딪치면 그 것을 극복하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의식주가 풍요롭고 삶이 평탄하면 무엇 때문에 골치 아프게 생각을 할 것인가? 이지-고잉(easy-going)의 삶을 살면 더 할 수 없이 편하고 즐거운데….

지금, 죽음이 내일 모레인 고령자들은 '생각하니까 존재'하는 존재가 아니라, 아직 숨을 쉬니까 존재하고, 존재하니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허수아비', 다름 아니다. 그런데 이젠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너무나 지겹다. 무엇을 생각한다는 것이 도대체 귀찮다. 밤낮 생각해 보아야 쓸데 없는 망상 밖에 더 나올 것이 없으니….

그래서 요즘은 하루 2, 3시간씩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거나 천장을 쳐다 보면서 '멍 때리기(daze, space-out)'에 빠진다. 무념무사(無念無思), '멍한 바보'가 되어 아무 생각 없는 그 순간만은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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