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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지금도 충분히 예쁘다

정명숙 / 시인
정명숙 / 시인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9/01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18/08/31 17:28

더위가 한 풀 꺾인 8월 말에 한국 나들이를 간다. 15년 만의 외출이다. 이번 나들이의 목적은 조금 다르다. 잊고 살았던 뿌리를 찾고, 보고 싶은 친구들을 만나고, 고국일주를 계획했다.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과 대학 졸업 후 40년 이상 교류가 없었으니 '언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리'의 생생한 현장이 기대된다.

이 가슴 설레는 만남을 여기 살고 있는 지인들과 공유하다 보니 공통적인 조언을 듣게 되었다. 20대에 헤어진 친구들을 60대에 만나면 서로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까. 남자들은 모두 대머리 아니면 백발일 것이고 여자들은 완전 할머니가 되었거나 두루뭉실해졌을 텐데, 그러면서 하나같이 서울 가면 성형수술 받고 오란다. 가격은 눈꼬리만 잡아주는데 200불로 시작하니 뭘 망설이냐며 성화다. 평소 얼굴의 주름보다 내면의 주름을 펴자는 모토로 살고 있는 나도 주위의 재잘거림에 솔깃했다. 정말 한번 용기를 내볼까. 마음이 동요되기 시작했다. 특히 백내장 수술 후 시력이 좋아진 결과 안경이 필요 없게 되자 내 눈가의 주름은 보아주기 힘이 들던 참이었다. 맞다. 그까짓 것 한 바늘만 떠서 눈가 잔주름을 잡아 올려준다는 데 그리 겁낼 것이 없으렸다.

한 두 달 정도 마음의 동요가 일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 갈 시간이 가까워지자 와락 겁이 난다. 그리고 잠깐이었지만 내 몸에 칼을 댈 생각을 했음에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지금도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이만하면 충분히 예쁘다. 더 이상을 바라면 그것은 욕심이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고 가장 매력적이다'라고 마술을 건다.

생로병사! 인간은 태어나서 나이 들고 병들어 죽는다. 각 나이에는 그 나이에 걸 맞는 격이 있다. 어린 아이의 순진함, 사춘기의 풋풋함, 청년기의 열정, 장년기의 성숙미 그리고 노년기의 노련미. 우리 나이에 생긴 얼굴의 주름은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니고 평생을 투자해서 얻어진 결과다. 연륜이다. 연륜이란 그 동안 겪어낸 희로애락의 산물이다. 열심히 살아온 삶의 결정체다. 우리 속담에도 40 이후의 얼굴은 스스로 만든다는 말이 있다.

20대 중반에 허리를 다쳤었다. 그 후 내 허리는 평생 고질병이 되었다. 2012년 7월,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마취 직전 집도의가 좀 어떠냐고 물어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고 대답했다. 그는 수술을 취소했다. 난 이참에 아예 통증의 뿌리를 뽑아야겠다고 결심을 한 뒤였으나 그는 60세의 허리를 16세의 허리로 만들 수는 없다며 직립보행의 인간이 겪어야 하는 척추의 노화를 다스리며 살라고 충고해주었다. 난 그때 깨달았다. 나이에 따라오는 신체적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함을! 지금 내 나이는 그 동안 살아온 내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은퇴를 준비 할 때다. 그 동안의 경륜으로 후회 없는 죽음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 지금도 충분히 예쁜 나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운동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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