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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교차로] 초생달의 찬연한 아름다움으로

요즘 유심히 살피고 다닌다. 사람들 표정이 그렇게 다양한 줄 몰랐다. 생글생글 웃는 귀여운 아이들, 할 일 없이 헤벌레 웃는 착한 사람, 물오른 푸성귀처럼 파릇 파릇 살아있는 얼굴, 친절하고 다정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사람, 흐린 날씨처럼 흐리멍텅 하고 금방 비가 쏟아질 듯 찌푸린 얼굴, 아침 굶은 사람처럼 짜증난듯 화가 난 표정, 사는게 지치고 힘들어 찌든 얼굴, 긴 세월 못 이겨 부서져 흩날리는 낙엽같은 사람, 고통에 짓눌려 표정 조차 없는 사람, 마른 나무등걸처럼 굳어져 휘어진 모습, 헌 구두 낡은 신짝으로 볼품없이 찌그러진 얼굴, 주름진 세월의 아픔을 하회탈로 가리고 늘상 웃는 사람, 호수 같이 잔잔한 미소 띄우며 조약돌 던지면 '퐁당' 하고 예쁜 소리 내며 다가 오는 사람, 생의 아픔 바람에 갈갈이 찟겨 흩날이며 '허무의 신발가게' 주인 같은 사람, 그리고 세월의 바퀴 용케 돌아 굳건히 지축에 뿌리내리고 생의 작은 풍금 소리로 남은 사람들, 예전엔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줄 알았었다. 눈 코 입 달린 그냥 사람 얼굴인 줄 알았다.

사람의 얼굴 표정은 감정을 드러낸다는 일반 이론을 뒤엎고 감정보다 마음 속 의도를 드러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앨런 프리드룬드 교수에 의하면 얼굴 표정은 우리가 원하는 바를 드러낸다고 주장한다. 우는 것은 슬픔을 표현하기 보다는 실제로는 위안과 공감을 구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주름진 얼굴은 세월의 나이테라 어쩔 수 없다해도 고통과 슬픔을 잘 삭히면 얼굴표정은 관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마음의 추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표정이 달라진다. 우리는 각자의 얼굴에 맞는 탈을 쓰고 산다. 두텁거나 얇은 탈을 쓰고 산다. 탈을 너무 오래 쓰고 있어서 그 탈이 내 모습이 된 걸까. 내가 그린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나의 모습으로 탈을 창조한 셈이다. 마음의 표정이 나의 탈을 만든다.

표정은 마음이 그리는 그림이다. 마음 속 생각이 표정으로 나타난다. 아브라함 링컨은 '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했다. 표정 없는 미인보다 풍부한 감성으로 자신이 삶을 긍정적이고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은 멋지고 아름답다.

나이 들면 표정이 그 사람의 살아있는 역사책이다. 살아온 인생 길이 행동이나 표정으로 나타난다. 나이 들수록 얼굴이 굳어지고 무표정이 되기 쉽다. 혼자 살면 표정이 없어진다. 주변에 사람이 없고 마음이 비면 표정이 사라진다. 외로움과 상처는 무표정 혹은 험악한 모습이 된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 베풀고 정을 나누면 밝은 생각 풍성한 마음 가짐 여유로운 태도가 분위기를 연출한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느냐고? 천만의 말씀. 호박 같아도 인생의 줄무늬 마음에 열심히 새기며 산 사람은 멸치 넣어 조린 호박처럼 달달하고 맛있다. 얼굴 보다 표정으로 승부하자. 얼굴 바꾸기는 힘들어도 표정 바꾸기는 쉽다. 마음을 바꿔야 표정이 바뀐다. 나이 먹어서, 시간 없어서, 돈 없어서 안 된다는 부정의 뿌리를 뿌리 뽑자. 마음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표정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 눈썹 그리고 화장하고 코털 뽑는 시간에 거울 속 내 모습 찬찬히 살펴보자. 거울 속 내 모습이 오늘 하루 내 인생을 판가름 한다.

삶의 찌꺼기를 걸러내고, 부드럽고 유연하게 생의 슬픔 다독거리며 밝고 상큼한 표정으로 푸르게 날아오르자. 이지러지는 아픔 감추고 새벽녁 높이 든 초생달은 얼마나 찬연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지.


이기희 / 윈드화랑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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