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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남성·여성 아닌 성 'X' 올해부터 선택할 수 있어

올해부터 뉴욕시에서 발부하는 출생증명서의 성별란에 여성이나 남성이 아닌 제3의 성(性)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여성과 남성 이분법적 성 구분에 포함되지 않는 논바이너리 (non-binary) 성소수자도 이제 출생증명서에 자신의 성별을 여성도 남성도 아닌 'X'라고 선택할 수 있다. 성정체성에 맞지 않는 출생증명서와 신분증으로 인해 교육, 취업, 여행, 사회 서비스 이용 등 일상 생활에서 어려움과 차별을 겪어 온 성소수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뉴욕시 LGBTQ 권리 보호
성소수자들 위한 제3의 성


이 법안은 작년 9월 시의회를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해 드블라지오 시장의 서명을 거쳐 1월 1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새 법을 발표하면서 뉴욕시는 다양한 사람들의 정체성을 더 잘 반영하는 출생신고서를 발부 함으로써, 모든 뉴욕시민들, 특히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뉴요커들의 권리가 신장 될 것이라며, 트랜스젠더나 논바이너리 뉴요커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선택하고 인간 존엄성을 지니고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뉴욕시는 개인의 성 정체성을 존중하고 LGBTQ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전에도 뉴욕시에서는 태어날 때 지정된 출생증명서 상의 성별을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남성이나 여성 이외의 선택은 할 수가 없고, 의학적으로 성전환을 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성별 정정이 가능했다. 성전환을 증명해야 하는 까다로운 규정은 2015년에 폐지 되었지만, 성별을 바꾸기 위해서는 여전히 의사나 정신건강 전문가의 소견서를 제출해야 했는데, 경제적, 사회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많은 성소수자들은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뉴욕시의 새 법은 성전환 수술이나 의사 소견서 없이도 성별 정정을 허용하고, 자신을 전통적인 시각의 남성이나 여성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제3의 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더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에 맞는 출생증명서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더 진일보한 정책이다.

간성 태생 세계 인구의 1.7%
편견·차별·혐오범죄의 표적


출생증명서는 한 사람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공문서이다. 어느 날 어느 곳에서 태어났는가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성별을 지녔는가 이다. 성별 구분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그를 인식하는 데 있어서도 성별은 큰 역할을 한다.

남성과 여성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분법적 성별 구분은 실제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전체 인구의 소수라 할지라도 분명히 남녀 이분법적 성 구분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태어날 때 생물학적으로 지정된 성별과 자신이 생각하는 성별이 다른 트랜스젠더나 남녀 양성의 특질을 모두 지니고 태어난 사람인 간성 (間性, intersex)이 그 예이다.

유엔은 간성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전세계 인구의 약 1.7%를 차지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간성으로 태어났지만 한쪽 성으로 지정된 사람들은 전통적인 성 구분에 맞지 않는 성 정체성으로 인해 사회적 편견과 차별 그리고 심지어 강제 불임이나 생식기 수술 등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상황에 처하기 쉽다.

미 트랜스젠더 최소 140만
10대 자살 시도 위험 수위


미국에서 자신을 트랜스젠더로 규정하는 사람은 최소 140만 명이라고 한다. 특히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여기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트랜스젠더가 처한 사회적 환경은 성소수자들 중에서도 특히 더 열악하다. 심각한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하고, 쉽게 혐오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미국 소아의학회가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이들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 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의 자살율은 위험 수위에 달하고 있다. 서베이에 참여한 트랜스젠더 10대 소년(출생 시 지정된 성은 여성이지만 자신을 남성이라 여기는 경우)의 절반 이상이 자살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고 했고, 트랜스젠더 소녀(출생 시 지정된 성은 남성이지만 자신을 여성이라 여기는 경우)의 경우 약 30 %가 그렇다고 답했다. 자신을 남성이나 여성 어느 쪽으로도 규정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10대의 경우 자살 시도를 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42 %에 달한다. 이는 출생 시 지정된 성과 자신이 인식하는 성이 같은 시스젠더 청소년이 자살을 시도할 확률(여성 18%, 남성10%)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지 못하고 부정하는 가족들, 친구들의 따돌림과 괴롭힘,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도록 몰아 가는 사회적 편견과 소외감 등이 이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강요한다. 즉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이 사회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정체성 규정 권리 있어
기본 인권 보호 위한 제도 필요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정체성을 규정할 권리를 지닌다. 정체성이란 내가 누구인가 라는 가장 근원적인 물음이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가장 정확하게 할 수 있다. 뉴욕시의 새로운 법은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스스로 규정하고 존재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다.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며 기본 인권과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호해 주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출생증명서에 제3의 성을 선택할 수 있는 곳은 뉴욕시 외에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주이다. 뉴저지주는 2월부터 허용될 예정이다. 제3의 성을 인정하고 있는 국가들은 독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인도, 파키스탄, 몰타, 태국, 네팔 등이 있다.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나 제3의 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인식과 주장은 세계 곳곳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의 많은 지자체에서는 공립고등학교 입학지원서에 남성 또는 여성을 선택해야 했던 성별 표시란을 없애자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성별 정보는 학생의 지원 자격을 판단하는데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성소수자 학생을 배려 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한국의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자신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찍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그녀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트랜스젠더도 내 주변에 있을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존재일 뿐이에요.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을 갖고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단 주변의 다양한 사람 중 한 명이라 생각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우린 다른 존재가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그녀의 말대로 소수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을 이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 중 하나로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좀 더 정의롭고 살기 좋은 사회로 가는 길이다.

트럼프 정부 하에서 이민자에 대한 공격뿐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도 커지고 있다.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금지하려고 하고, 이들이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부정하는 등 그동안 성소수자들이 싸워서 이루어낸 제반 권리를 다시 예전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에 나온 뉴욕타임스 폭로기사에 의하면 트럼프 정부는 연방민권법 상의 성별 규정을 남자와 여자로 제한하고, 태어날 때 성기에 따라 정해진 개인의 성별을 평생 바꿀 수 없도록 하는 정책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이것은 트랜스젠더나 논바이너리 성소수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시가 제3의 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성소수자도 이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며 모든 분야에서 다른 시민이 누리는 권리를 동등하게 누려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그 의미가 크고 환영할 일이다.


남수경 / 공익·인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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