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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에 대한 공격 못참아 끝내 사표냈다"

트럼프 행정부 비난하며 사표낸
한인 외교관 박영철씨 인터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모순을 지적하며 최근 사표를 던진 한인 국무부 외교관 박영철씨가 지난 9일 CNN방송 프라임타임 방송인 '앤더슨 쿠퍼 360'에 출연해 사표를 던진 이유 등을 설명하고 있다. [CNN 방송 캡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모순을 지적하며 최근 사표를 던진 한인 국무부 외교관 박영철씨가 지난 9일 CNN방송 프라임타임 방송인 '앤더슨 쿠퍼 360'에 출연해 사표를 던진 이유 등을 설명하고 있다. [CNN 방송 캡처]

"소셜미디어 통해 수많은 지지 답글 받아"
"아버지 보며 커뮤니티 위해 일하는 의미 생각"
"오바마 전 대통령 연설 듣고 외교관 될 결심"
"앞으로 이민자 권익 위한 단체서 일하고 싶어"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사표를 낸 한인 외교 공무원 박영철(Chuck Park)씨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있는 가운데, 12일 한인 언론 중에서는 처음으로 뉴욕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국무부에서 10여 년 동안 일해온 박씨는 지난 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나는 더 이상 트럼프 행정부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하고 외교관으로 일하며 느낀 자괴감을 견딜 수 없다며 사표를 냈었다.

다음은 박씨와의 문답.



-사표를 낸 후 기분과 주변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어 감개무량하다. 가족부터 지인, 직장 동료까지 모두가 내 글을 읽었다. 생각한 것보다 파장이 컸고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지지 답글을 받았다."

-직장 동료들의 반응은.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 약 20명에게 답변을 받았다. 반응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한쪽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같은 행동을 하겠다. 메시지를 남겨줘서 고맙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었고, 다른 한쪽은 '의견은 존중하지만 현 정부에 만족한다'는 반응이었다. 다만,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미국 공무원으로서 개발.무역.인권 등 세계에서 좋은 일은 하지만 (그들의) 열정과 재능에 비해 미국이란 나라는 채워져야 할 부분이 많다."

-사표를 낸 계기는.

"특정한 원인 하나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원인이 쌓였다. 한국인 이민자 부모를 둔 입장에서 지난 3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에 대한 공격을 참을 수 없었다. 내 부모는 80년대 한국에서 온 '노동계급(working class)' 이민자다. 그들은 영어도 부족했고, 음식 등 문화가 완전히 달랐지만 법도 잘 준수하고 자식을 낳아 잘 키웠다. 내 형제는 4명이고 우린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유하게도 자라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 부모님은 자식을 잘 낳아 이 나라의 성공에 기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격리(family separation) 정책부터 취약한 구금시설 등을 보며 한국 이민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아니지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민자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혈연관계(kinship)'가 느껴졌고, 참을 수 없어 행동을 하게 됐다"

-이민자 가정에서 어떻게 자랐나. 외교관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나의 아버지(한인권익신장위원회 박윤용 회장)는 한인커뮤니티에서 유권자 등록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고등학교 때 기억을 되돌려보면,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한국 교회 등을 찾아가 후원금 모금을 하고 주민들에게 유권자 등록을 권유했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그 당시에는 너무 싫었다.

그래서 대학교에 입학해 내가 하고싶은 경제학과를 갔고, 졸업 후에도 뉴욕 맨해튼에서 컨설팅 직업을 시작했다. 그 당시 커리어도 좋았고 돈도 잘 벌었다. 하지만, 마음 속 한편으로는 어딘가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시 커뮤니티를 위해 일하며 의미를 찾는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됐고, 비슷한 시기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카이로에서 '미국과 세계의 관계'라는 주제로 한 연설에 감명받아 외교관이 되기로 다짐했다.

-국무부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미국의 외교관으로 2~3년마다 지역을 돌며 총 3개 국가에서 일했다. 워싱턴DC에서 교육을 받았고 멕시코, 포르투갈, 캐나다에서 차례로 일했다.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는 미국으로 이민.방문오려는 학생.비즈니스인.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대사관에서 비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경제 분야에서 일하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무역협정(Trade Agreement)을 홍보하는 등의 일을 했다. 가장 최근까지 머물렀던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무역.투자 진흥(Trade-Investment Promotion)' 분야를 담당해 캐나다에 물건을 수출하는 미국회사들에게 캐나다 회사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유치하는 일을 했다.

-향후 계획은. 정계 진출 의향은 있나.

"몇 주 동안은 가족과 함께 침착하며 쉴 예정이다. 사표를 던질 때에는 백업 플랜이 없었다. 다만, 이민자 권익을 위해 일하고 싶다. 몇몇 이민자 권익 단체 본부들이 뉴욕에 있기에 뉴욕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민자 권익에 대한 방향성을 잡고 싶다."

박씨는 지난 2006년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6세에 '미국판 외무고시'의 157기로 임용돼 10년 동안 국무부 외교관으로 일해왔다.

박씨가 WP에 기고한 오피니언 글에는 "한국에서 온 이민자 후손인 나와 형제자매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미국사회에 의무감을 느껴 공직을 택했다. 미국적 가치라고 믿은 자유, 공정, 관용의 확산을 위해 일했지만, 파견국 국민에게 고국에서 벌어지는 모순을 해명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밝혔었다.

그는 "내 아들은 총기 살인으로 22명의 시민이 사망한 (텍사스주) 엘파소에서 태어났다. 이번 달로 7살이 됐다. 더 이상은 (트럼프) 행정부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아들에게 정당화시킬 수 없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었다.


박다윤 기자 park.dayun@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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