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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냉이꽃

김가은 / 시인·뉴저지
김가은 / 시인·뉴저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6/23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8/06/22 16:05

기차는 기적을 길게 울리며 30분 마다

지나가는 듯

대륙에서 실어 날라야 할 물자가 많겠지

차마고도 해발 3000미터 낭떠러지 구간에서 차 보따리 대신

내가 타고 올라 가는 동안

말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갈기와 검은 잔등에 물방울들이 솟아 올랐다

손으로 쓸어주며 고마워 미안해 내가 너에게 빚을 지는구나

검은 쇳덩어리에 새벽 이슬을 달고 끝없이 대륙을 가야하는 기차를 쓰다는

나는 냉이꽃

땅에 붙어서 보일 듯 말듯한 하얀 꽃

거대한 돌진과 속도와 영원처럼 달리는 강철의 울림을 들어 주고 있는 작은 꽃

며칠동안 불창으로 쑤셔대는 듯한 통증과 기침으로 그저 몸을 누여놓고

화력과 변덕을 지켜보기만 했다

몸은 거대한 쇳덩어리처럼 가야하는 길이 있는 듯했다

새벽 2시 경부터 두어번 정도 지나 가는 줄 알았는데 어쩌다 잠결에 기적소리를

듣거나 불면의 밤에 다음 기적을 들으며 뒤척였는데

해가 뜰때 까지 열서너번은 더 지나간 것 같다

납작해지고 얇팍해지는 몸은 점점 땅에 붙어 갔다

열이 사그라 들며 아주 작고 가벼운

물기가 적은

하얀 냉이 꽃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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