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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장동만 / 언론인·뉴저지
장동만 / 언론인·뉴저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6/23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8/06/22 16:07

어느 80대의 일기장(83)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고려 말 정몽주의 '단심가(丹心歌)'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물론 이 노래의 주제는 님(왕)을 향한 일편단심 충성심을 표출하는 글이지만, 오늘 새삼 이를 인용하는 것은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하는 두 마디가 오늘 날에도 변함 없는 인간 실존의 근원적인 문제를 함의(含意)하고 있어, 노래의 앞뒤를 거두절미 하고 이 두 문구만을 재음미 하고 싶어서다.



"백골이 진토되어..." 하는 말은, 우리가 먼저 간 사람들의 육신이 어떻게 되어지는지를 우리 눈으로 분명히 보면서 잘 목격하고 있다. 매장이면 한 줌의 흙, 화장이면 한 줌의 재, 그것이 전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한편, "넋이라도 있고 없고..."에서 '넋'은 곧 '영혼', 그런데 그는 "있다 없다" 단정치 않고, "있고 없고" 극히 회의적인 어투(語套)다. 6백 20여 년 전 그도 이 넋/영혼 문제에선 불가지론자 였던 것 같다.



며칠 전 또 어느 분의 장례식에 갔다 왔다. 편안히 잠 자듯이 누워있는 사자(死者)에 허리 굽혀 인사하고 숙연히 그 앞에 섰다. 나와 불과 2~3 피트 거리, 그런데 사람들은 그 분이 저 세상(저승)으로 갔다 한다. 아니, 그 분 몸은 지금 분명히 내 앞에 있는데... 그럼 저 세상으로 간 것은 무엇일까? '넋 (영혼)' ? 다시, 또 '넋'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생각을 해도 해도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수수께끼다.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장례식엘 갔다 오면 며칠 동안 머리 속이 먹먹하고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인생이 저게 다냐?" 인간의 삶과 죽음을 다룬 고전(古典)들을 뒤적이게 된다. 우리 조상들은 생(生)과 사(死)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한국 민족 문화 대백과'에서 '넋'과 '영혼'을 다룬 부분을 발췌 인용, 같이 생각해 보기로 한다.

한국에는 넓은 의미의 영혼에 해당되는 말로 넋, 얼, 혼, 령(靈), 혼령, 혼백 등이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그러면 넋/영혼이란 무엇인가? 살아있는 사람의 육신에 깃들어서 생명을 지탱해주고 있다고 믿어지는 가장 으뜸되는 '기(氣)'라고 한다. '기'는 곧 영어의 에너지 (energy), 그러면 넋/영혼=energy ? 그 에너지는 어떤 종류, 어떤 형태의 에너지일 것인가? 아직 현대 과학으로써는 풀 수 없는 미스테리다.



영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즉 사람이 죽은 후에 저승으로 가는 영혼(死靈)과 살아있는 사람의 몸 속에 깃들어 있는 영혼(生靈)이다. 그런데 산 사람 몸 속에 있는 영혼은 수시 자유자재로 육신을 들락날락 한다고 한다. 현대 의학은 불신 하겠지만, 우리가 중병이나 혼수 상태에 빠졌을 때 의식이 흐려지는 것은 영혼이 육신으로부터 나갔다 들어왔다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타, 선인의 선령(善靈), 악인의 악령(惡靈), 사령(死靈)을 분류하면 조령(祖靈)과 원귀(寃鬼), 영혼과 육체가 결합된 생명체인 영체(靈體), 신령(神靈)과 신명(神明), 원령(怨靈), 원귀(怨鬼), 객귀(客鬼)등 넋과 영혼을 형언, 서술하는 어휘가 한량(限量) 없어 뭐가 뭔지, 너무나 혼란스럽기만 하다.



요약컨데, 이승에선 있는지 없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저 세상', '저 세상'으로 간다는 넋과 영혼의 정체 실체를 알 수 없는 우리로서는 "저 세상으로 갔다."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미궁(迷宮)에 빠졌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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