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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나눔, 하느님 은총의 신비

김문수 앤드류 / 퀸즈 정하상 천주교회 주임신부
김문수 앤드류 / 퀸즈 정하상 천주교회 주임신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6/26 종교 18면 기사입력 2018/06/25 16:56

지난 5월 말 저희 본당의 의사와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의료 선교팀과 함께 볼리비아의 산안토니오와 콘셉시온으로 의료 선교를 다녀왔습니다. 특히 콘셉시온은 1989년 영화 '미션'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1700년대부터 예수회의 선교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번 선교는 작은 규모이지만 여러 번의 경험과 여러 독지가의 도움으로 현지에서 필요한 약품들을 충분히 구입하여 거의 24시간에 걸친 긴 여행 끝에 볼리비아의 오지 산 안토니오에 도착했습니다.

도로 사정이 열악해 비포장 산악 도로를 마치 곡예 하듯 가야하는 곳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었고, 그들의 웃음은 뉴욕의 그 누구보다도 더 환했습니다. 젊은이나 어른이나 간에 시니컬한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우리의 손길 하나 하나에 신기해 하며 주시하는 눈길이 참 선했습니다.

진료 중 그들의 고통을 호소할 때는 삶의 노고가 그대로 배어나오고, 한 봉지의 진통제와 비타민에도 환한 웃음과 함께 고마워하는 마음에 절로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긴 시간을 기다려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없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즐겁게 기다립니다. 뉴욕에서 간 사람으로서 경험하지 못한 생경하지만 흐뭇한 광경이었습니다.

미국 가톨릭 영성의 대가인 토마스 머튼 신부는 광야에는 아무것도 없이 온전히 하느님만 계시기 때문에 그 분을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물질적 풍요로 당신의 은총을 드러내지 않으시고 오히려 우리의 따듯한 마음 속에 당신의 은총을 드러내 보이심을 알았습니다. 편안함 속에서 당신의 사랑이 드러나지 않고 불편함 속에서 서로의 사랑이 돋보임을 알게 합니다.

우리는 산안토니오와 콘셉시온에서 그 옛날 예수회 신부들이 만났던 하느님을 우리도 만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 봉사자가 말합니다. "신부님, 몸은 피곤한데 마음이 뿌듯해요. 이 번 선교에서 많은 것을 나누어 준다는 마음으로 갔는데 더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 또 깨닫습니다. '나눔'은 단순히 주는 것이 아니라 줌으로서 더 많이 받는 하느님의 은총과 같다는 단순한 삶의 진리를 깨닫습니다.

세상은 '나눔'의 정의를 논하지만 실제로는 세상적 나눔은 약자와 패자의 논리로 치부되는 상황이 참 많습니다. '나눔'은 나의 몫이 줄어드는 것이므로 당연히 강자는 '승자 독식'을 부르짖습니다. 그리고 승자의 '나눔'은 빵부스러기를 버리듯 잉여분을 아주 조금 나누어 주면서 마치 먹여 살리듯이 생색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나눔'은 잉여분을 적선하는 것이 아니고 내 몫을 희생하는 것도 아니라 오히려 서로 주고 받는 교환임을 자주 잊고 살아가는 듯합니다. '승자 독식'의 제로썸 게임(Zero Sum Game)이 아닌 반 제로썸 게임( Non-Zero Sum Game) 즉 물물교환과 같습니다. '너의 잉여분과 나의 잉여분을 나눔으로써 서로 득이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나눔'입니다.

하느님의 나눔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의 군중을 배불리 먹이신 기적 (마태복음 14: 13-21참조) 처럼 나의 몫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몫이 늘어나는 신비를 경험하게 합니다.

삶 자체가 각박하고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삶의 현실은 고군분투입니다. 그러나 척박한 광야에 하느님께서 온전히 계시듯이 각박하고 절박한 삶의 한 가운데 하느님이 계십니다. 그 분의 사랑은 '나눔'으로 드러나고 그 나눔은 우리를 고군분투의 삶의 한 가운데에서 훈훈한 마음으로 빙그레 웃게 합니다.

지금 산안토니오와 콘셉시온 사람들의 환한 웃음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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