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현철수 속병클리닉] 담배 한 대 피우니 소화가 절로 되더라?

폐.후두.심혈관은 물론
식도.위장.췌장에 큰 손상

소화성 궤양 발병률 높여
완치 어렵고 재발도 많아

헬리코박터균 감염 상태선
위암 질환 가능성 원인

한국인들 사이에 흡연은 늘 커다란 건강 문제로 대두되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폐암을 비롯한 흡연과 관계된 여러 질환의 발병률이 해를 더할수록 상향 곡선을 그려 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만 해도 대한민국 성인 남자의 흡연율이 세계 1위였다는 통계는 이러한 현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특히 2002년도 월드컵은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금연 월드컵으로 진행되었고,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4강 못지 않게 금연 열풍도 큰 위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 동안 흡연율이 많이 낮아지기 했지만, 최근 통계청이 발간한 국제통계연감에 따르면 19세 이상 한국 남성의 흡연율은 아직 39.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최상위권에 든다.



소화기의 천적, 담배

소화기 내과 전문의로서 필자는 많은 환자들과 상담을 할 때 늘 한 가지 흥미롭게 느끼는 점이 있다. 이는 "술을 어느 정도 마시면 위나 간에 해롭나요?"라고 물어 오는 환자는 많은 반면, 담배가 소화 기관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를 문의하는 환자는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는 흡연과 관련된 소화기 질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담배는 폐.후두.심혈관 등의 기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식도와 위장, 췌장 등에도 커다란 손상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담배의 성분 중 하나인 니코틴은 위와 식도 사이에 있는 괄약근을 이완시켜 위에서 분비된 염산이 식도로 쉽게 역류되게 하여 식도 질환을 유발시킨다. 이로 인해 통증을 느끼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에는 궤양이 생길 수도 있으며 이것이 오래 방치되면 식도가 좁아져 음식물이 쉬 내려가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둘째, 담배는 위에서 염산 분비 작용을 촉진시켜 위산 과다를 일으킬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염증과 궤양이 발생될 수 있는 확률을 높인다. 셋째, 담배는 위 점막의 혈류를 감소시켜 위 점막의 방어력을 약화시킨다. 이렇게 되면 세균 감염은 물론 염증과 궤양이 쉬 유발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질환의 회복도 늦추게 한다. 치료된 다음에도 재발 가능성은 높기 마련이다.

넷째, 식도암 발생률을 높인다. 다섯째, 담배는 췌장에서 만들어져 분비되는 여러 소화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여 소화에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췌장암 유발의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담배가 소화 기관에 미치는 악영향은 또 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소화성 궤양에 걸릴 확률이 높다. 만약 궤양이 생겼을 때 담배를 계속 피운다면 완치가 어렵다. 설사 치료되었다 하더라도 궤양의 재발 가능성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도 몇 배 이상이나 된다. 소화성 궤양으로 인한 수술 환자의 대부분은 다른 계통의 만성 질환 환자가 아니면 흡연자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벌써 수년에 걸쳐 언론 매체를 통하여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위 점막에서 기생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위염과 십이지장 궤양 및 위궤양 등을 유발시키는 원인 균으로 밝혀진 헬리코박터균 세균은 흡연자의 경우 그 치료가 어렵다. 이것은 아마도 세균 감염으로 인한 위 점막의 방어력 저하와 흡연으로 인한 위 점막의 불리한 면역, 방어 요소들이 복합되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상태가 오랜 세월 지속되었을 경우에는 위 점막 세포에 변질이 나타날 수 있으며, 여기에 여러 불리한 복합적 요소가 존재했을 때 위암 질환이 생겨날 수 있다는 설은 벌써 인정받은 지 오래다.

이러한 통계를 놓고 생각해 보면 흡연이 폐와 심장뿐만 아니라 소화 기관에도 얼마나 해로운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닫게 된다. 우리는 환경오염 문제나 늘 사 먹는 음식물에는 꽤 민감한 반면, 우리가 직간접적 흡연으로 들이마시는 수많은 발암 물질과 화학 물질들에 대해서는 덜 민감한 듯하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피우는 담배가 우리 신체에 가하는 스트레스는 보다 더 큰 차원의 스트레스인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금연을 하기 위해서 니코틴 패치나 널리 효과를 인정받고 있는 여러 약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은 이에 앞서 금연하고자 하는 흡연자 자신의 강한 의지와 지혜라 생각된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