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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Milford Sound*

거기 그렇게



태고를 동여맨 시간이 멈춰있네

허공에는 파도 숨소리만 가득하고



인적이 닿은 적 없는 그곳에는

캄브리아기 시대를 종식하는

초인의 발걸음을 기다리는가



하늘과 바다

바람과 구름

밤과 낮

천지는 적막한데

바람만이 속속들이 그 숲속을 훑어 나와

그들의 언어를 풀어놓는다



그들의 언어 해독에

내 눈은 별이 되어

가슴 속에 번지고

나는 더 바짝 바람에 기대여

그들의 속삭임을 열심히 받아 적는다



바람에게도 쉽게 입을 열지 않을 듯

굳게 다문 입술

오늘처럼 바람이 심술을 부리면

풀어진 숲 끝자락에서

날라 오는 노래 소리에 귀를 바짝 댄다



바람과 별과 나무가

불립문자로 태어나는 소리를

끌어안는다



* Milford Sound는 뉴질랜드 남서쪽에 있는

자연 청정지역


정명숙 / 시인·롱아일랭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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