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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부활: '힘센 봄' 의 향연을 기다리며

성당 앞 가로수 주변에 히아신스가 봄기운 녹은 땅을 비집고 하얀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며 이시향 시인의 "제비꽃"이란 시를 떠올렸습니다. "아직 춥다고 바스락거리며 모여드는 낙엽 비집고 빼꼼히 고개 내미는 힘센 봄." 그 힘센 봄이 부활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우리를 그 봄의 따스한 행복으로 초대합니다.

이렇게 봄이 다가오면서 따스한 햇살은 자꾸 우리를 밖으로 유혹합니다. 그래서 괜스레 살 것도 마땅히 볼 일도 없는데 차를 몰고 나갔습니다. 따스한 햇살에 에어컨을 켜니 텁텁한 공기가 불편했습니다. 겨우내 습기가 차고 따스한 봄 날씨에 곰팡이가 슬었나 봅니다. 결국 문제 해결은 차안의 공기 필터를 교체하는 것이란 조언을 받고 가까운 정비소에 가서 갈면 편리하겠지만 이번엔 필터를 구입하여 제가 직접하기로 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필터 교환법을 배웠는데, 필터의 위치가 차 내부의 아주 깊숙한 곳에 애매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 애를 먹는 작업이었습니다.

어찌 어찌하여 필터를 꺼내고 새 필터로 갈아 끼우니 마무리가 문제였습니다. 그 좁은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들어가려 온 몸을 비틀며 용을 쓰며 셀 수 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제대로 마무리 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곧 바로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켭니다. 차갑지만 쾌적한 봄바람이 차안을 가득 채웁니다. 그동안 벌린 사투의 고통은 사라지고 또다시 오만과 교만의 자신감이 가슴을 뿌듯하게 합니다.

사제관으로 돌아와 더러워진 손을 씻다가 문득 무언가를 할 줄 안다는 것과 잘 한다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필터를 간다는 것 차제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익숙하지 않아 어렵고 시간이 걸리지만, 수 많은 반복 속에 숙련이 되면서 훨씬 쉬워지고 간단해 진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크리스천으로서 크리스천의 삶을 살아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봅니다. 성경을 읽고 수 많은 강론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하느님의 말씀과 뜻을 잘 알게 됩니다. 외아드님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시려고 그 모진 수난을 감수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음을 알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죽음을 통해 부활하셨음을 믿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앎을, 그 믿음을 일상에서 잘 실천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우리는 머뭇거리며 머리를 긁적거릴 수 밖에 없음을 부끄러워합니다. 복음 지식과 믿음은 일상과 괴리가 있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저 십일조로 자위하며 고개를 들고 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합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 수 있는 존재임을 잘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삶으로서 다가오는 세상적 손해와 당장의 고통을 감내할 자신이 없습니다. 결국 우리의 믿음과 달리 세상적 가치관에 찌들어 당장의 손해와 고통에 두려워하고 분노하고 질투에 미워하며 살아갑니다.

가톨릭 교회의 사순절은 바로 우리 믿음을 실천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이성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과 입으로 고백하는 믿음이 우리 가슴으로 온전히 전해져서 일상에서 익숙하게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크리스천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의 시간입니다.

어쩌다 실천하는 하느님의 사랑이 아니라, 익숙하게 실천하는 이웃 사랑을 하느님은 바라고 있고, 그 것은 바로 우리 크리스천의 사명입니다.

잘 안다는 것과 잘 한다는 것은 다릅니다. 신앙 고백과 신앙 실천은 다릅니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신앙은 마치 예수님을 따르고 싶었지만 갖은 것이 너무 많아 포기한 슬픈 부자 청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마르코10: 22).

예수님은 그 실천을 위해 어느 따스한 봄날 예루살렘으로 마지막 순례를 떠납니다. 그 떠남의 끝이 죽음임을 알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즈려 밟으며 갑니다. 그리고 모진 수난과 죽음을 이기고 부활로 우리에게도 그 '힘센 봄'을 선사하십니다. 그리고 초대합니다.

'네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참조 루카 9:23)


김문수(앤드류) / 성 바오로 정하상 천주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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